1)팔레르모
이탈리아는 꼭 장화같이 생긴 것 아시지요? 그 장화 앞 끝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있는 커다란 섬이 바로 시실리(Sicily- 이탈리아 말로는 Sicilia)입니다. 딸이 대학을 졸업하니 가족 휴가로 시실리를 함께 가기로 정했습니다. 앞으로는 친구들과 다니지 우리와 함께 다닐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졸업식이 끝난 다음 날 우리는 시실리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5월 말이니 관광객이 벌떼처럼 섬으로 모여 들기 전이니 안성맞춤이라고 생각 했습니다.남편이 요즈음은 들어오는 돈이 별로 없으니 호텔 예약을 너무 비싼 곳은 피하라고 하였습니다. 시실리를 소개 하는 책자도 사서보고 여행사에도 문의를 했는데 생각 외로 여행사 직원들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서 일하면 표를 싸게 구할 수 있으니 많이 다닐 것이라고 생각 했거든요. 책자를 본 후에는 인터넷에 들어가서 또 찾아보고 전화를 수도 없이
하여 드디어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가보지도 않은 곳에 사진이나 설명만 읽고 정하기 얼마나 힘든지 아시지요?
우선 시실리섬의 서북쪽의 팔레르모(Palermo)에 도착할 것이니 유적이 많은 그 도시에서 2일을 묵기로 하였습니다. 구 도시 중간에 위치 한다는 암바사도레(Ambassadore) 호텔에 도착하니 오래된 건물이라 품위가 있게 지었고 천장은 엄청나게 높은데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않아 입구가 아주 허술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4층과 5층을 차지하는 호텔로 올라 가기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습니다. 여기에 우리 호텔이 있어? 남편이 한마디 했고 우리가 보통 묵는 데에 비해 너무 허술 하네 눈썹을 치켜 올리며 딸도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저도 속으로 ‘이크! 이런 낭패가 어디 있나’ 하고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돈 아끼려다가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게 되었구나!’ 옛날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호텔 내부로 들어가니 입구의 분위기와는 전
혀 다르게 아주 깨끗했습니다. 높은 천장에 에어컨 시설도 되어 있고 욕실은 대리석으로 개조 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아침식사를 서브 한다는 옥상으로 올라가니 전 팔레르모 시가지가 내려다 보였습니다.“음, 호텔은 괜찮네!
입구에서 놀란 것과는 달라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주 친절한 직원들이 허술한 입구도 이제 곧 개조 될 것이라고 강조 하였습니다. 마피아 갱단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시실리 섬의 팔레르모. 우리는 짐을 풀자 편안한 신을
신고 안내 책자에 표시된 곳을 구경하러 나섰습니다. 사람들의 키가 좀 적고 볼품이 없어 세련된 본토 사람들과는 종자가 전혀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본토 사람들은 이곳 사람들을 ‘이탈리아 사람들’이라고 부르지 않고 ‘시실리 사람들’이라고 그 ‘시실리’라는 말을 강조 합니다.
볼만한 곳이라고 지정된 곳 외에도 우리의 시선을 멎게 하는 유적들이 꽤 여럿 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모두가 보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버려져 있어서 우리는 그런 것을 볼 때마다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대부분이 다 공해로 인해 새카만 먼지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것 단 하나만 있어도 보배처럼 모셔 놓고 반짝 반짝 닦아 이것 좀 보라고 자랑할텐데! 너무 많아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두요, 호텔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너무나 고리타분한 구식이라 실망 했습니다. 구식이라도 잘 손질을 했으면 오히려 더 멋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스타일이 없는 구식이라 볼품없었습니다. 손님도 모두 우리 같은 관광객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좀 본토배기들이 드나드는 곳을 원했습니다.
다행히 음식은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레스토랑 앞에서 방향을 달리 하여 호텔로 돌아갈 의논을 하고 있으니 종업원이 나와서 특히 밤에 어깨에 걸고 있는 핸드백 조심 하라고 친절하게 일러 주었습니다. 다음날 추천 받아 간 레스토랑도 고리타분하고 너무나 형편이 없자 우리는 팔레르모의 음식에 대해 실망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 물었어야 하는 건데!일찌감치 팔레르모를 떠나 동쪽 해안의 타오르미나(Taormina)로 가면서 좋은 해변이 있으면 수
영도 할 겸 쉬다 가자고 하였습니다. 완성 된지 3주 밖에 안되었다는 고속도로는 차가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지도를 보고 사람들이 얘기 해 준대로 해변을 찾아 갔습니다. 도로 포장이 안된 시골길 옆의 상점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것을 사기로 하였습니다. 먼지 덮힌 찌그러진 자동차 몇 대와 오토바이가 서 있었고 건물도 초라하여 이탈리아라고 하기 보다는 어느 후진국의 풍경 이었습니다.
그런데 속으로 들어가니 진열대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푸로시우토 (Prosciutto 훈제된 햄의 일종) 덩어리, 모타델라 (소시지의 일종), 몇 가지의 안티파스티(antipasti 전채요리)와 치즈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치즈 만들 때의 그 찌꺼기를 먹고 자란 돼지로 햄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파르마 (Parma)지방의 푸로시우토는 선명한 붉은 빛이 나고 촉촉하고 유난히 맛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자 저는 벌써 군침이 돌았고 점심으로 먹고 싶은 것이 금방 정해져 버렸습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빵을 고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졸긴 치아바타 (Ciabatta) 빵을 골랐습니다. 옆으로 비스듬히 자르더니 거기다가 올리브기름을 레스처럼 흘려 뿌리고 우리가 원하는 모짜렐라 치즈와 잘 익은 토마토를 저며 얹고 소금과 후추를 조금 뿌렸습니다.
푸로시우토를 가리키며 Prosciutto, por favore 라고 그것도 넣으라고 손으로 짚어 넣는 시늉을 해 보였습니다. 푸로시우토도 얹어요? 하고 묻는 것을 보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짜렐라와 토마토를 넣을 경우엔 푸로시우토까지 넣지 않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위에 덮히는 빵에도 올리브기름을 흘려 뿌렸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우리의 샌드위치 봉지를 열었습니다. 입을 크게 벌리어 한입 깨물자 졸깃한 치아바타에 올리브 기름이 배어 촉촉 하였습니다. 물에 저으면 질푸덩 하지만 졸깃한 빵에 기름이 좀 배인 것이라 촉촉하고 고소하기만 하였습니다. 잘 익은 토마토와 모짜렐라 덕분에 빡빡 하지도 않았습니다. 짭짤한 푸로시우토가 맛을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와 맛이 무척이나 중요한 우리 먹구잽이 가족은 모두 기쁨에 넘쳐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그것은 필경 재료가 다 좋았기 때문이었겠지요. 맛있는 최고품 올리브기름은 국내 소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해외 수출 될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음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팔레르모에서는 정말 예외였지!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는 샌드위치를 그 먼지 나는 시골길 옆의 상점에서 산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종이며 빈 콜라 병이 마구 버려진 모래사장도 좀 너그러이 보아줄 아량이 생겼습니다.
복잡한 시실리 팔레르모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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