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9일 토요일. 아침보다 먼저 일어난 무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을 부렸다. ‘선선여름’이 특징인 샌프란시스코 일원에서 90도를 웃돌 정도였으니 이스트베이 실리콘밸리 등 더위로 소문난 지역은 숫제 한증막이었다. 그 전날 저녁 샌프란시스코 어느 모임에서 한 거사는 “수십년만에 이런 날씨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인도 어느 마을에 시원한 샘을 파주기 위한 샌프란시스코정토회(총무 허성호)의 거라지세일은 그런 이글이글 폭염 속에서 진행됐다. 오전 8시쯤부터 오후 3시쯤까지, 그것도 산호세에서. 행사 뒤 허 총무가 회원들에게 돌린 결산보고 겸 감사인사 e메일 첫머리 역시 더위 얘기였다. “지난 토요일 하루는 정말 무덥다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더위도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에 우물을 파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 못했지요.”

인도에 우물을? 경위는 이렇다. 정토회는 지도법사 법륜 스님의 제창으로 부처님의 발자취가 남겨진 불교성지에서 수년째 봉사활동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간간이 들러 금품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상주파견원을 두고 학교를 지어 글을 가르치는 등 동고동락형이다. 부처님의 후예들인 토박이 석가족은 인도의 힌두교화 및 이슬람화를 거치면서 정작 자기땅에서 불가촉천민으로 전락한지 수백년이다. 교육이나 의료혜택은 고사하고 변변한 우물조차 없어 개울물이 곧 식용수다. 가뜩이나 병약한 이들은 오염된 물 때문에 걸핏하면 돌림병 괴질에 걸린다. 정토회 활동목록에 ‘생명의 우물 파주기’ 캠페인이 추가된 이유다.

그 우물 하나 파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1,000달러다. 그 돈이면 부처님의 후예 뭇사람의 생명을 살린다. 8/29 거라지세일의 목표는 생명살림 1,000달러 모으기. 꿈은 이뤄졌다. 작년 여름 거라지세일 수익금 286달러85센트와 올해 여름 거라지세일 수익금 및 보시금을 합쳐 총 1,121달러73센트가 모아졌다.

옷가지며 장난감이며 거울이며 가구며 이번 세일에 나온 물품은 주로 회원들이 보시했다. 수익금은 339달러98센트. 작년 이월금에다 보월화 보살이 전해준 K보살의 기부금 100달러와 묵소 보살이 전해준 J보살의 기부금 100달러를 보태도 1,000달러에 못미쳤다. 센트단위까지 헤아린 보월광 보살의 즉석결산을 듣자 회원들 얼굴에 언뜻 아쉬움이 감돌았다. 그러자 잠시였다. 장소를 내주랴 물건을 보관하랴 애쓴 차영진 보살의 안타까운 탄성이 채 끝나기 전에 M보살이 선뜻 200달러를 내놨다. 다른 회원들도 지갑을 털어 몇십불 혹은 몇불씩 보탰다. 생명의 우물 비용은 거뜬히 넘쳤다. (이와는 별도로 L보살이 행사 끝무렵에 들러 정토회에 100달러를 기부했다.)

허성호 총무는 “물품으로 또는 현금으로 보시해 주시고 행사당일 물품의 전시. 판매, 뒷정리를 도와주신 도반님, 행사장을 찾아주고 즐겁게 물품을 구입해 주신 이웃의 도반님들,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리면서 이번 행사가 조금이라도 공덕이 있다면 모든 분들께 회향되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기금은 오는 28일 정토불교대학 졸업생 수계식(벌링게임 임시법당)과 행복찾기 특별강연(본보 커뮤니티홀)을 위해 북가주에 오는 법륜 스님에게 전달된다. SF정토회는 남은 물품 중 일부는 굿윌샵에 당일 기부했고 일부는 송년법회 기금마련 바자회를 위해 남겨뒀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