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미나
타오르미나는 얘기 듣던 대로 경치가 참 기막히게 좋았습니다. 절벽 같은 산 때문에 그 내려다보는 전망이 이만 저만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을이 아주 아담해서 관광객으로 바글 거렸습니다. 절경을 내려다보며 앉아 있을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많았습니다. 너무나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돈을 벌자는 생각뿐이고 순박한 면이 없는 것이 유감이었습니다. 그런 관광명소는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 이지요.
이탈리아의 카페에서 시키는 커피는 에스프레소(더 오래 구워 검은 커피. 압축해서 뜨거운 물을 급히 통과 시켜서 만듬)가 아니더라도 아주 적은 잔에 따라주는데 아주 독하지요. 설탕을 하나쯤 타서 먹으면 워낙 향이 짖은 커피이기 때문에 그것도 아주 맛이 있습니다. 뜨거운 우유를 넣어 주는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에선 아침에만 마십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아침에 즐겨 마시는 까페올레는 진한 커피에 뜨거운 우유를 많이 타서 좀 큼직한 잔에 담아주니 그걸 보면 나라마다 커피 마시는 법도 다 다르군요. 그에 비해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미국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고 유럽 사람들이 말하기도 하지요.거기 혹 가시게 되면 산 중턱에 있는 야외극장 유적을 꼭 보셔야 해요. 바다 쪽으로 불쑥 나온 산 위에 있어서 남쪽과 북쪽의 반달 해안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좌석으로 이용했던 돌로 된 계단에 앉아 돌기둥 사이로 멀리 내려다보이는 해안과 마을을 내려다보며 한동안 넋을 잃은 듯이 매혹 되어있었습니다. 옛날 희랍에서 이곳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유적이 정말 희랍의 것과 너무나 유사했습니다.
저녁은 돌아다니다가 좋아 보이는 곳을 그냥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을 지나자니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그럴듯하여 우리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옆에는 싱싱한 생선을 얼음 위에 진열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고르면 참 싱싱한데 보통 한 킬로에 얼마라고 얘기 할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값이 엄청나게 비싸니 주의해서 시키는 게 좋아요. 저는 조개를 넣은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조개가 싱싱해서 그런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홍합을 넣은 스프를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하나를 더 시켜 딸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영국에서 왔다는 그 사람들도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우리는 함께 음식 얘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자기네는 몇 집 다니다가 그 집에 온 이후는 매일 온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쪽 테이블에는 배가 불쑥 나온 주방장이 배 아래로 흘러 내려간 혁대를 가끔 치켜 올리면서 서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음식이 어떠냐고 인사를 하더군요. 하루는 구경도 다 접어 두고 해변에 가서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배가 고프면 해변가의 레스토랑에 가서 진열해 놓은 안티파스티(전채요리)를 먼저 구경 하였습니다. 더운 여름에 배에 부담이 안 가서 제일 좋은 것 같았습니다. 수영복 위에 치마만 두르고 발등 위에 말라붙은 모래를 그대로 두고 맨발로 윗 층의 테라스로 올라갔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소금 끼가 있는 살갗을 스쳤습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달콤한 구운 피망을 씹고 있자니 ‘야, 이것이 진짜 휴가’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시라쿠사
아직도 불을 뿜고 있는 화산 에트나를 구경 갈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서 보면 장관이겠지만 가고 오는데 너무나 시간이 많이 걸려 그만 두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해변을 따라 차를 몰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동남쪽의 시라쿠사로 향했습니다. 유네스코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호텔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호텔을 찾은 후에 구경을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신도시 쪽을 피하여 구도시를 찾아 들어 갔습니다. 별로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관광 철이 아니라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바다 앞에 자리 잡은 근사한 호텔에 들어가 값을 물어 보고 우리 남편의 눈치를 보니 말도 않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느 베드 앤 브랙퍼
스트(Bed & Breakfast)라고 아침 식사만 제공하는 여관에 도착하니 오케이라고 하여 그 곳에서 짐을 풀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호텔에 대해 뭐 잠만 자고 나오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 하지만 저는 시시한 호텔은 딱 질색 (공주 같은 소리 하네)이거든요. 하룻밤이라도 기분 좋게 자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게 무지하게 중요하지요. 뭐 이번에는 하룻밤이니까 참자고 작정 했습니다. 좀 낡아 보였지만 사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대리석을 깔은 조그마한 정원도 있고 역시 대리석으로 덮힌 넓직한 계단(엘리베이터가 없네)이 있었고 더 윗층으로 올라 갈수록 방에
서 내려다보이는 바다의 전망이 좋았습니다. 이탈리아나 희랍에 가면 옛날 건물에는 그렇게 대리석을 많이 썼더군요. 바탕을 원래 잘 지은 건물이라 돈을 좀 들이면 아주 멋있게 개조 될 수 있는 곳이라 제 머리 속으로 이것저것 개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마을 구경을 나섰습니다. 아니 텅텅 빈 마을인줄 알았는데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대 성당이 있는 피아짜(Piazza 광장)는 발 들여 놓을 틈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더운 지방에서는 낮에는 집에 혹은 사무실에 박혀 있다가 저녁이 되면 길로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조명을 멋지게 켜 놓은 성당이 아주 볼만 했습니다. 여행
다니다가 성당을 보면 들어가서 보통 때 잘 안하는 기도를 꼭 합니다. 건강하게 그렇게 다른 나라를 구경 다니는 것도 큰 복이지 않습니까? 감사하게 생각 해야지요. 피아짜 (광장)에는 큰 레스토랑이 둘 있는데 레스토랑을 보고 서서 왼편에 있는 곳의 음식이 좋았습니다. 오른 쪽도 만원을 이루고 있는 것은 똑 같은데 거기서 먹은 날은 돈이 아까웠습니다. 아이 아까워라!
참 저는 항상 이렇게 먹는 얘기만 하는데 거기 가시면 꼭 한 번 구경 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옛날 지하 무덤이 있던 동굴인데요. 땅 속으로 이리 저리 굴이 파여져 있고 양 옆으로 시체를 담았던 곳이 파여 있었습니다. 대개 한 가족이 같이 놓였었다고 합니다. 종교 박해때는 교인들이 거기서 모였다고 하였습니다. 그 속은 어찌나 시원한지 밖에서 뻘뻘 흘리던 땀이 싹 가셔 버렸습니다. 시체가 놓였던 곳이라 생각하니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들어(나이가 몇이여!) 앞 쪽에서 걸으며 구경을 하였습니다.
시실리 아그리젠토 앞에선 필자(사진 위)와 시실리의 타오르미나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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