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를 굽든 돼지갈비를 굽든 간에
꽁치보다 돼지갈비보다
석쇠가 먼저 달아야한다
익어야 하는 것은 갈빗살인데 꽁치인데
석쇠는 억울하지도 않게 먼저 달아오른다
너를 사랑하기에 숯불 위에
내가 아프다 너를 죽도록 미워하기에
너를 안고 뒹구는 나는 벌겋게 앓는다
과열된 내 가슴에 너의 살점이 눌러 붙어도
끝내 아무와도 아무것과도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고독하게 알고 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네가 내 곁을 떠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차갑게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나는
너의 흔적조차 남겨서는 아니 되기에
석쇠는 식어서도 아프다
더구나
꽁치도 아닌 갈빗살도 아닌 그대여
어쩌겠는가 사랑은 떠난 뒤에도
나는 석쇠여서 달아올라서
마음은 석쇠여서 마음만 달아올라서
내 늑골은 이렇게 아프다
복효근 ‘석쇠의 비유’ 전문
“과열된 내 가슴에 너의 살점이 눌러 붙어도/ 끝내 아무와도 아무것과도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사랑이다. 안타까움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떠나갈 줄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 벌겋게 달구는, 석쇠의 모습과 우리의 삶은 참으로 많이 닮아있다. “꽁치도 아닌 갈빗살도 아닌” 시시한 것에 속아서 고통스럽게 닳아 올라야 하는, 매번 배신을 당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삶인 것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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