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박사과정 여학생이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으로 많은 부모들이 심란하다. 새 학기를 맞아 자녀를 대학으로 떠나보내는 부모들은 그러잖아도 가슴 한구석이 휑한데 이런 끔찍한 사건까지 터졌으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이번에 변을 당한 애니 래(24)라는 베트남계 여학생은 결혼식을 며칠 앞둔 예비신부였다. 애니가 지난 8일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자 경찰은 처음 그가 도망을 간 게 아닌가 추측을 했었다. 예비 신부들이 결혼에 대한 중압감이나 회의로 종적을 감춰버리는 일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학 전공인 애니가 실종 당일 오전 10시쯤 들어갔던 실험실 건물의 70대 감시 카메라에는 그가 들어가는 모습은 있어도 다시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없었다. 결국 경찰은 그 건물 지하실의 창고 공간에서 애니의 사체를 발견했다.
대단히 똑똑하고 학구적이었다는 애니가 다른 곳도 아닌 학교 실험실에서 살해된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약혼자와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 상관없는 일반 부모들도 충격이 크다.
그 여학생이 한밤중에 술에 취해 위험지역을 떠돌다 살해된 것도 아니고, 대낮에 그것도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학교 건물 내에서 변을 당했으니 이래서야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놓고 어떻게 마음을 놓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처음 집을 떠나는 대학 신입생의 부모, 그것도 딸 가진 부모의 걱정은 더욱 자심하다.
미국에서 캠퍼스 내 안전, 특히 여학생들의 안전이 처음 전국적으로 관심을 끈 것은 지난 1986년이었다. 그해 4월5일 리하이 대학에서 19살의 진 클러리 라는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중 강간을 당하고 살해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 캠퍼스는 ‘안전지대’로 인식되었던 만큼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이를 계기로 1990년 ‘클러리 법’이 제정되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든 대학들은 교내 범죄 통계를 매년 교육부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캠퍼스 내 경비를 강화하라는 취지이다.
하지만 수천, 수만의 성인 학생들이 밤낮으로 드나들고, 학교 건물이 수없이 많은 넓디넓은 캠퍼스를 철저히 경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구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여학생들은 특히 신변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한해를 기준, 여학생들 6명 중 한명은 강간을 당하거나 강간 미수의 피해자이다. 그런데 이런 캠퍼스 강간사건 중 85%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일어나니 제3자가 막기도 힘들다.
대학으로 떠나는 아이들은 ‘잔소리’라고 싫어하겠지만 안전에 관한한 부모가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어디를 가든 주위 환경과 어울리는 사람들에 신경을 쓸 것, 캠퍼스 비상전화번호를 셀폰에 입력해 둘 것, 방문은 꼭 잠글 것, 외출할 때는 룸메이트나 친구에게 어디에 갔다 언제 돌아올지 알릴 것 등이다. 그리고 립스틱 모양의 페퍼스프레이를 몇 개 장만해주는 것도 좋겠다. 캠퍼스도 더 이상은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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