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 내리고
흘러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전윤호(1964~) ‘수몰지구’ 전문
진짜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나로 인하여 네가 다치지 않기를, 나로 인하여 네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가두어 댐이 되는 사랑. 그러나 그 마음에도 위험수위라는 것이 있고 한계가 있다. 태풍이나 소나기처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견디다 더는 못 견딜 지경이면 수문을 열 수밖에 없다. 콸콸 쏟아지는 마음! 그런데도 사랑하는 이를 찾아갈 수가 없다. 나로 인하여 그가 재난을 당할까봐서이다. 끝까지 독자의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시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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