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내 몸이 떨어져 나간다
오늘만이 아니다
어제도 그저께도 그랬다
쥐들은
배가 파선할 기미를 채면 미리미리 바다로 뛰어든다는
그 이야기가 생각나
요놈들
요놈들
배신 때리는 요놈들이라고
쓰레기통에 쌓이는
아직은 쓸만한 검은 머리카락 몇 개를 탓 하다 돌아본다
화장실 거울은 왜 저리도 밝은지
숭숭 드러난 두피를 번득이며
카펫 틈새기로 숨어있는
쥐새끼를 쫓고 있는 구부정한 몸
영락없이 등 굽은 소나무가
솔잎을 털다말고 깜짝 놀라고 있다
문인귀 ‘머리카락 줍기’ 전문
사람들의 세포는 시시각각으로 죽고 다시 태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머리카락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내 몸의 일부인 것이 맞다. 서서히 진행되어 가는 인간들의 죽음, 생각하면 쓸쓸한 일이지만 시적화자의 발상은 재미있게 전환된다. 빠지는 머리카락을 배가 파산할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바다로 뛰어드는 쥐로 본 것이다. 머리카락을 주우려고 구부정하게 몸을 숙인 늙은 소나무의 이미지, 조금은 쓸쓸하지만 이 정도로 노년의 여유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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