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에 구스타보 두다멜이 LA필을 객원 지휘하는 연주를 들은 일이 있다. 그 날 연주장에서 나는 내내 전율에 휩싸인 채로, 이제 서른도 안 된 남미 출신의 젊은이에게 왜 전 세계가 그토록 열광하는지를 통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만드는 음악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섬세하고 격정적인 감동으로 충만했다. 디즈니 홀 전체는 그가 내뿜는 아름다운 에너지로 가득 찼으며 그의 젊음과 카리스마는 청중을 흥분시키고 감전시켰다.
그는 유난히 희고 아름다운 손과 여자처럼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졌는데 그 손으로 음악을 만져서 빚어내는 것 같았다. 그의 지휘봉은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다가도 곧 지축을 흔드는 격정으로 폭발했다. 얼마나 세밀하고도 정열적으로 지휘하는지, 손과 발, 팔다리와 어깨, 심지어 머리와 머리카락까지 온 몸이 불덩이가 되어 지휘대 위에서 춤을 추는 듯했고, 그의 얼굴마저 웃고 이야기하고 포효하고 황홀경에 빠진 음악의 표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렇게 특별한 두다멜을 이제 우리는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즌 디즈니 홀에서 열리는 LA필하모닉 연주회 중 두다멜이 지휘하는 프로그램들은 다음과 같다. 티켓 가격은 42~160달러 선인데 10월과 11월 콘서트는 거의 매진된 상태다.
▲10월8일: 취임 축하 갈라 콘서트로 존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City Noir)를 초연한다.
▲10월9, 10, 11일: 이번 시즌의 첫 번째 정규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한인 작곡가 진은숙의 ‘생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슈’(Su for Sheng and Orchestra)와 말러의 1번 교향곡을 연주한다. 생은 중국 악기로, 우 웨이(Wu Wei)가 협연한다.
▲11월5, 6, 7, 8일: 베르디의 레키엠 공연이다. LA매스터코랄과 함께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독창자들이 나와 연주한다.
▲11월12, 13, 14, 15일: 소프라노 던 업쇼와 함께 베리오(Luciano Berio)의 ‘렌더링’(Rendering)과 포크송들, 슈베르트의 8번 ‘미완성’교향곡을 연주한다.
▲11월19, 20, 21, 22일: 모차르트의 심포니 38번(‘프라흐’)과 41번(‘주피터’), 그리고 길 샤함 협연으로 베르그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11월27, 28, 29일: ‘웨스트 코스트, 레프트 코스트 페스티벌’로 에사 페카 살로넨의 LA변주곡,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 해리슨의 피아노 콘첼토(마린 포멘티 협연)를 연주한다.
▲2010년 4월22, 23일: ‘아메리카와 아메리칸 페스티벌’이란 제목으로 차베즈의 타악기를 위한 토카타, 라이버슨의 네루다 송즈, 번스타인의 심포니 2번(‘불안의 시대’)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장 이브 티보데와 메조소프라노 켈리 오코너 협연.
▲4월29일과 5월2일: 베네수엘라의 알베르토 아르벨로 감독과 함께 에스테베즈의 칸타타 크리올라를 극장식으로 연출하는 특별한 음악회.
▲5월6, 7, 8일: 이번 시즌 마지막 LA필 지휘로 하르트케의 심포니 4번(‘오르간’)을 세계 초연하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비창’)을 연주한다.
마지막 연주가 끝난 후 두다멜과 LA필은 미국 내 8개 도시 순회연주를 떠난다. 5월10일부터 21일까지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시카고, 내슈빌,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뉴욕, 뉴왁에서 존 애덤스, 말러, 번스타인,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연주한다.
문의 (323)850-2000, www.laphil.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