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물이라도 부르는 이름에 따라 그 ‘말맛(뉘앙스)’이 크게 달라진다. 많은 경우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의미까지 큰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남자’와 ‘수컷’이 같은 느낌일 수 없고 ‘노래’와 ‘소리’가 꼭 같을 수 없다.
한국일보 후원으로 8일부터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10일부터는 플러싱타운홀에서 진행되는 ‘조선시대 쇳대 특별전(Talisman of Protection from Chosun Korea)’이 ‘자물쇠 특별전’으로 해석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열고 잠근다는 실용적이고 단순한 의미를 지닌 자물쇠라는 말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250여점에 달하는 조선 시대 ‘쇳대’를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
다. 대문과 방문, 장롱, 반짇고리 등에 쓰인 이들 쇳대들에게 잠근다는 기능은 오히려 부차적인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소장품을 제공한 대학로 쇳대 박물관의 최홍규 관장은 “쇳대는 복을 기원하는 부적이자 장식을 위한 공예품이고 신분을 나타내는 권위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쇳대의 모양과 장식, 재료 등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커다란 대문과 사찰에 많이 쓰인 거북은 장수의 상징이자 단단한 등껍질이 보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에서 애용된 물고기 모양은 더욱 복합적인 상징체다. 물에 살기 때문에 화재를 방지하
고,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다산의 의미가 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입은 재물을 지키기에 적합하고 용이 되어 승천하기도 하는 영물 물고기는 출세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기에 적당하다.
은으로 세공된 쇳대는 고귀한 안방마님의 신분을, 커다란 쇳대는 그 쇳대가 채울만한 큰 기와집을 가진 양반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쇳대들이 모양만 중시한 것은 아니다. 어떤 쇳대는 현대의 기술로도 열기 어려운 기술적 정교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이번 특별전은 조상들의 얼이 그대로 담겨있고 화려함과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양과 재질의 전시품을 통해 우리 쇳대의 아름다움과 과학적 우수성을 보여주는 흥미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최홍규 관장은 ‘최가 철물점’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전문가이기도 하다. 수수한 상호지만 대장 기술과 금속 공예 전문기술을 갖고 있는 ‘장인’으로 2004년부터 대학로에서 4,000여점의 쇳대가 소장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11일 오후 2시에는 갤러리 좌담을 통해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줄 예정이다. 전시는 1월 31일까지. 플러싱 타운홀 137-35 Northern Blvd. 718-463-7700. 코리아소사이어티. 950 3rd Ave, 8th Fl. 212-759-7525 <박원영 기자>
한국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이 8일 플러싱타운홀에서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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