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말려야 하는 것이 있다
종이 한 장에서 오동나무 잎사귀까지
그늘에서 말려야 팽팽한 맛이 난다
온 생이 뒤틀리지 않으려면 먼저
바람 드는 그늘에 들어가야 한다
버려진 그늘 몇 자락이 생을 담금질한다
소리에도 그늘이 있다
소리도 너무 맑으면 처량하다
소리에도 그늘 들어야 소리의 맛이 난다
그 소리의 맛
노을처럼 둥글게 번져
마음의 결마다 푸르게 젖어든다
뒤틀리지 않으려고 나또한 그늘에 누웠다
삶의 등골이 시리기도 했다
나를 말리는 동안 먼저
피가 마르고 목이 말랐다
끝내 마르지 않는 그 무엇도 있었다
그늘에서 나가는 날, 내 몸에서
-팽!
마른 소리 날 거다
햇빛만큼 좋은 것도 그늘이었다
박선희 ‘그늘’ 전문
창(唱)에 그늘이 없으면 그 소리는 죽은 소리라는 말이 있다. 소리꾼 가슴에 슬픔이 없이는 소리의 파장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팽팽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그늘이다. 내면에 적당한 아픔이나 슬픔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뜻.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지만, 무작정 햇볕 속으로 뛰쳐나갔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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