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 바퀴 돈 살인적 강행군에 양용은 ‘KO’
간이침대서 타월 덮고 자는 장면 사진으로 화제
“정말 장난이 아니네.”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던 양용은도 2주 동안 지구를 거의 한 바퀴나 도는 ‘살인적 강행군’ 앞에선 어쩔 수 없이 ‘KO’되고 말았다.
지난 8월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화끈한 ‘엎어치기’로 누르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출신 골퍼로 첫 세계 골프 메이저 챔피언 반열에 오른 양용은은 그로 인해 현재 버뮤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PGA 그랜드슬램 오브 골프 출전권을 얻었다. 매년 그해 메이저대회 우승자 4명만 출전해 총 상금 135만달러를 놓고 겨루며 꼴찌를 해도 20만달러가 기다리고 있는 이 대회 출전은 메이저 챔피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지금 양용은에겐 그것이 ‘특권’이 아니라 ‘짐’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PGA챔피언십이후 쉴 틈 없이 이어진 스케줄로 이미 녹초가 된 상태에서 이번 대회가 열리는 북대서양 섬나라 버뮤다까지 날아오는 여정이 그야말로 장난 아닌 강행군이었기 때문이다.
양용은은 2주전 샌프란시스코에서 펼쳐진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 멤버로 출전, 격전을 치렀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자마자 그는 신한동해오픈 참가차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자선스킨스게임과 본 대회까지 치른 뒤 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이번엔 지구 반대쪽을 향한 비행기를 탔다. 버뮤다시간으로 18일 새벽 6시 서울에서 출발한 양용은은 15시간을 비행해 뉴욕 JFK공항에 밤 11시께 도착했고 약 두 시간 뒤인 새벽 1시 개인 전세기로 갈아타고 버뮤다를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이륙한 뒤 착륙기어가 접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 회항해야 했고 비상착륙을 위해 연료탱크의 기름이 다 소모될 때까지 공중을 도는 홀딩 패턴을 거친 뒤 JFK에 다시 착륙해야 했다. 결국 양용은 등 탑승자들은 모두 새 비행기로 갈아타고 19일 오전 6시께야 천신만고 끝에 버뮤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쉴 수 있던 것이 아니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마친 양용은은 곧바로 대회장인 포트 로얄코스에 나와 기다리던 팬들에게 클리닉을 하고 프로앰 라운딩에 나서야 했다. 바로 다음날인 20일부터 대회가 시작되기 때문. 더구나 버뮤다에는 하필 이날 강한 바람을 곁들여 비까지 쏟아지는 악천후가 닥쳤다. 하지만 그것이 피곤에 지친 양용은에겐 오히려 행운이었다. 악천후로 라운드가 중단되자 그는 라커룸에 간이의자를 펼쳐놓고 대형 타월을 이불삼아 꿀맛 같은 단잠에 빠져든 것.
그런데 동료 출전자인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스튜어트 싱크는 그 장면을 보고 손가락이 근질거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양용은의 곤하게 자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그는 그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그 사진은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 때 그 사실은 알게 된 양용은은 돌아서서 싱크에게 “Thank you, Cink,”를 외쳤고 싱크는 “그 장면을 어떻게 그냥 넘길 수 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양용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카메라를 들고 싱크 뒤를 쫓아다닐 것”이라며 ‘복수’를 선언했지만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면 당분간 복수는 뒤로 미뤄야 할 전망이다.
<김동우 기자>
간이침대에서 타월을 이불삼아 꿀맛같은 낮잠을 즐기는 양용은. <스튜어트 싱크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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