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LA 뮤지컬 ‘자~살자 관광뻐스’
극단LA가 아마추어 배우들을 데리고 뮤지컬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참 말리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저녁 공연을 보러 가면서도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연기만 제대로 하기도 얼마나 어려운데, 춤도 노래도 기본훈련조차 받지 않은 사람들이 뮤지컬이라니, 그 공연이 오죽하랴 생각하며 마지못해 객석 한구석에 들어앉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1시간40여분 동안 쉬지 않고 웃고 울고 떠들고 소리 지르고 싸우고 춤추고 노래하는 12명 배우들의 열연이 놀라웠다.
물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결코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모두가 좋은 연기를 보인 것도 아니며 누구는 노래가 안 되고, 누구는 춤이 안 되는 어설픔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 동네 연극들이 늘 그렇듯 세트, 의상, 조명이 흡족한 것도 아니었고 이음새가 매끄럽지도 않았으며 완성도가 높은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관객들은 분명 흥이 났고 웃음과 박수가 숱하게 터져 나왔다. 그것은 ‘수준’을 논하기에 앞서 배우들이 내뿜는 열기, 몸을 던져 혼신을 다하는 열정에 다같이 젖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팍팍한 이민생활에 ‘죽고 싶다’는 생각 한번 안 해본 적이 없을 우리들의 모습이 거기 무대 위에 함께 올려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모두 우리 친구요,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연극의 묘미는 현장성이다. 훌륭한 공연을 TV를 통해 보는 것보다 아마추어의 공연을 무대에서 직접 보는 것이 몇배나 감동적인 것처럼, 바로 내 눈앞에서 침 튀기며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그 현장성이 연극 팬들을 무대로 끌어 모으는 것이다.
군인 역의 변영우와 한국말이 잘 안 되는 경찰 역의 박영출이 재미난 연기를 보여주었고, 특별날 것이 없는 동작으로 충분히 흥을 돋운 안무도 나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이만큼 해낸 김유연 연출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좋은 극본과 잘 훈련된 배우들이 있다면 LA에서도 뮤지컬이 된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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