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혹은 60년대 지금보다는 많이 가난했던 시절
거리엔 비 오는 날에도
우산도 없이 다니는 사람들 꽤나 많았지.
문득 장대같이 빗줄기 굵어지면
사람들 이리저리 피하다
남의 집 처마 밑에 들어가 비를 그렸지
비록 낯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우산을 들고 지나가면
우리 누구나, 그때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우산 한 쪽을 빌려 쓰자고 했지
그리하여 세상의 사람들
어깨 한 쪽씩 나란히 비 오는 세상 밖으로 내놓고
비에 적셨지.
어깨 한쪽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하여 세상과 함께 비에 젖을 수 있는 사람들.
그 때 우리는 누구도 정말 나 아닌 남을 위하여
세상 밖으로 어깨 한 쪽쯤은 내놓을 수 있었지.
싸구려 비닐우산일망정, 정말
정말 고맙게
하늘, 떠받들 수 있었지.
윤석산 ( 1947 - ) ‘문득 소나기 쏟아지는 날이면’ 전문
지나간 날들은 가난마저도 아름답다. 가난했지만 세상과 함께 비에 젖을 수 있었고 세상 밖으로 어깨 한쪽쯤을 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비닐우산일망정 하늘을 함께 떠받들 수 있었던 그 때 그 사람들이 그립다. 이제는 차를 타고 다니니 비 맞을 일, 우산을 쓸 일, 이웃에 어깨를 내 줄 일, 하늘을 떠받들 일도 다 없어졌다는 사실을 소나기 쏟아지는 날 문득 깨닫는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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