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 손은 200살 먹은 사람 손 모양 주름투성이에 푸른 정맥 줄이 손등에 미국의 고속도로같이 뻗어 있다. 하루는 남편이 내 손을 잡아 보더니 “손이 왜 이래? 이게 뭐야, 당신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했소” 라고 말한다.
내 두 손은 내게 있어 충성된 충신들이며 내가 필요 할 때 찬물, 뜨거운 물 가리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며 여름, 겨울을 탓하지도 않는다. “고생했소”라고 처음 듣는 그 한마디가 고마워 지난 고생들이 순간 자취 없이 흘러가 버렸다.
혹 왼손이 다쳤을 때 왼손 스스로는 반창고 하나 못 붙이고 오른손이 달려와 붙여주어야 한다. 요즘 신종 독감으로 손을 부지런히 씻으라고 하는데 내 두 손은 서로 씻어 주느라 바쁘다. 일하기 위해 지어진 나의 오른손, 왼손들일 텐데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는 아무리 쉬운 일도 못 한다. 오른 손가락 끝에 작은 가시 하나 박혀도 왼손이 가시를 빼내주지 않으면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무슨 영문인지 친구들은 내 손 같이 거칠어져 버린 손은 볼 수가 없고 다 얌전한 손들이다. “손 예쁜 여자하고 연애는 해도 결혼은 하지 말라”하는 일본 사람들 속담이 있다. 부엌일이 바빠 허적이는데 물에 젖은 손을 잡아 보자고 응석부리는 남편을 부엌에서 나가라고 내밀면 삐지면서 “나는 당신 손보고 결혼했
어” 한다.
짧은 손가락 하나에 마디 두 개씩 있는 것이 감사하다. 창조주의 사랑의 드러난다. 마디 두 개가 있어 물건을 집을 수 있다. 초면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와 악수할 때 실은 손가락 마디 두개가 있어 사교와 우의의 뜻을 전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디 없이 뻗은 손으로는 악수를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할 경우 닥터들의 손 움직임을 보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피투성이 속에서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돌아간다. 그리하여 한 생명이 살아나고 태어나는 것이다.
이제 쪼글쪼글해진 피부일망정 손가락 다섯 개가 정상으로 쪽쪽 뻗어준 내 손에 모처럼 감사한다. 오늘도 주인이 시키는 대로 어디든 뛰어 들어가 일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고마운 내 두 손을 다독인다.
하순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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