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 PD입니다”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미국에 촬영 왔어요. 여기 LA입니다” 작년 SBS 스페셜 다큐를 찍었던 프로듀서가 미국에 촬영을 왔다가 연락이 온 것이다. 승욱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잠깐 시간을 내 집으로 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큐를 찍은 지 일년 반이란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아직도 승욱이가 궁금하다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필름에 담았지만 승욱이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던 김 PD가 다시 승욱이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
드디어 김 PD와 승욱이가 만났다. 너무 반가워하는 남자와 무표정한 아이, 참 재미있는 장면이다. 한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김 PD는 승욱이만 쳐다본다.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오늘 따라 아이가 너무 말도 잘 듣고 얌전히 앉아 있다. 촬영을 할 당시보다 수화도 더 많이 늘었기에 의사소통에 별 어려움을 없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게다가 피아노까지 치는 모습을 보더니 감격하기까지 한다. “정말 잘 컸네. 너무 잘 컸어”
“제가 그랬잖아요, 지금 승욱이를 만나면 생각이 다를 거라고” 다큐를 찍을 당시 김 PD는 아이가 없었다. 다큐를 찍기 위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이젠 한 아이의 아빠로서 장애아이를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달려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하고 마음이 다르죠?” “네. 이번에 다큐 찍으면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또 다큐를 찍으라고요?” “민아씨, 내년에 한편 더 찍으면 안 될까요?” “절대사절!”
승욱이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 어쩔 줄을 몰라한다. 함께 온 효종씨(승욱이의 영상을 찍어준 형제)에게 가지고 있는 HD카메라로 승욱이를 담으라고 재촉한다. “효종아, 니가 책임지고 승욱이 한 달에 한번이라도 와서 좀 찍어둬. 승욱이 금방 클텐데 자료가 없잖아”
다시 돌아가야 하는 김 PD는 재차 물었다. “민아씨, 내년에 다시 다큐 찍는 것 잘 생각해 봐요” “아니요, 저 안 할래요. 그 대신 효종씨하고 세번째 기록용 영상 만드는 작업은 할 거예요. PD님 말대로 승욱이가 금방 자랄 텐데 누군가 기록을 남겨야 한다면 제가 하는 것이 좋겠어요”
김 PD가 다녀간 후 승욱이의 세번째 영상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고, 누군가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다음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가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게을러질 때 언제나 사람을 보내주시는 그분께 감사드린다.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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