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얘 사고 난 거 아냐?
B : 어유, 그 형이 사고를 내요? 형, 그 형 차 안 타 봤어요? 주행속도
평균 이십 킬로 미터야요.
C : 야! 차 슬슬 몬다고 사고 안 나는 줄 아니? 술 먹은 차가 다짜고짜 중앙선 넘어오면 제가 어떡할 거야? 사고란 예측 불허다. 너 나 지난번에 뒤통수 다쳤을 때 봐라. 설마하니 마누라가 나한테 재떨이 던질 줄 꿈엔들 알았겠냐? 나 고소도 못하고 두 바늘 꿰맸다.
이승훈 (1942 - ) ‘한 지붕 세 가족’ 전문
한국의 현대시 하면 이승훈 시인이 맨 먼저 떠오를 만큼 그의 시는 낯설고 난해하고 특이하다. 이 시도 한국 시 월간지에 ‘이승훈의 실험시’라는 이름을 달고 연재된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시는 재미있고 쉽다. 이렇게 쉬운 시가 그에게는 또 하나의 실험이 될 지도 모르겠다. 목사님이 엄숙한 설교 중에 던지는 농담이 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것처럼, 이 시인에게서 이런 재미있는 시를 발견한 것이 즐겁다. 복잡한 연말에 스스로 안전 운전도 해야겠지만 술 먹은 차도 피하고, 뒤통수를 향해 날아올지도 모르는 마누라의 재떨이에도 신경을 쓰면서 조심조심 한 해를 건너가야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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