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복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정일근 ( 1958 - ) ‘사는 맛’ 전문
문학이나 예술은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을 보면 평탄한 삶을 산 사람은 과연 없는 것 같다. 작은 독에 내성을 키우고 마침내 치사량을 견뎌낸 사람들이 진정한 고수라면 우리 부모 세대는 다 삶의 고수들임에 틀림없다. 식민지, 내전, 군사독재, 분단, 이산, 배고픔 등을 겪으면서 얼마나 많은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을 맛보았을 것인가. 하지만 위 시에는 경고를 붙여야 할 것 같다. ‘함부로 따라 하지 마십시오. 고수가 되기 전에 사망할 위험이 있습니다.’
김동찬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