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에 우리 가족은 미국인 교회에서 기념 예배를 드렸다. 그 교회는 미국의 P 교단에 속하는 교회다. P 교단은 자기들이 필그림의 후예라고 자처하는 교단이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아침에 성대한 기념 예배를 드린다. 그날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6백명 정도의 좌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적어도 98% 이상이 백인들이다. 정말 청교도의 후예처럼 보였다.
목사님은 “오늘은 추수감사절입니다. 나의 설교보다 여러분이 간증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감사한 일들을 말씀하십시오”라고 선언하셨다.
맨 앞줄에 앉은 5~6세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일어났다. “우리 아빠는 직장을 잃지 않았어요”라고 힘 있게 말했다.
모든 교인들이 기뻐 웃으며 환호했다. 나도 따라 웃었다. 씁쓸한 웃음이다. 지금 이곳이 200년 전 뉴욕 빈민가의 아이리쉬 교회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 당시 아이리쉬 이민자들은 가난했다. 막노동 직장이라도 얻으면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내가 아는 아이리쉬 이민 역사다. 그러나 지금 나는 21세기의 워싱턴 DC 부자촌 미국 교회에 앉아 있다.
40대 중반의 여인이 일어났다. “우리 가정은 외국(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아이들을 4명 입양했습니다. 다섯 번째 아이가 다음 주에 도착합니다. 그 아이를 맞을 생각을 하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중의 반응은 더욱 강열했다. 더 큰 소리의 박수 소리가 온 교회당에 울려 퍼졌다.
감사의 간증은 계속됐다. 더 뜨거워졌다. 7번, 8번, 9번의 간증이 끝났을 때 한 동양인이 손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서투른 영어로 말했다.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다. “나는 코리언 기독교인입니다.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배입니다. 모든 예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 예배입니다. 저는 이 교회가 드리는 감사 예배에 참석한 것이 가장 감사합니다”라고 그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얻어진 감사를 간증했다.
그의 간증은 간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예배의 절정이었다. 예배가 끝났다. 담임 목사님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미국인들이 몰려갔다.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분위기다. 도대체 처음 만난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사실 그것은 형제들의 만남이었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란 무엇일까? 청교도들에게 그것은 신앙의 자유였다. 그때 그들의 감사는 창조주와의 사이에서 얻어진 감사였다. 그러나 미국 이민 역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아이리쉬들에게 그것은 일자리였다. 유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가면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잇다는 이유 때문에 이곳으로 몰려왔다.
한국인은 어떤가?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이민 역사는 일자리 역사다. 100여 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그 힘든 사탕수수 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미국에 왔다. 그것이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고위직이 아닌 막노동이 그들의 일자리였다. 그러나 그곳에 감사와 기쁨이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집이 좋아졌고 자동차가 좋아졌고 일자리도 훨씬 더 좋아졌다. 그런데 지금 감사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오늘의 미국이다. 먹을 것은 많은데 감사는 적고 모자란다. 감사가 북극의 여름처럼 사라지고 있다.
청교도의 나라 미국에 청교도의 후손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감사 또 감사! 아메리칸 드림을 우리가 이어가자. 그리고 이 나라의 주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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