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간 만나지 못한
아버지가 꿈에 보인다
마당 휑한 고향집
새벽에 눈 내렸다고
어서 일어나 눈 쓸란다
주먹만한 함박눈이
바람도 없이 쌓이는 밤
하루 지난 소식을 전달하는 신문이
눈 속에 파묻힌 새벽
가슴을 헤집는 기침도 없이
노인은 언제 깨어났을까
허리까지 차오른 눈을
드르륵 드르륵 가래로 밀면서
나는 다시 잠이 부족한 학생이 된다
눈이 그치고 치우면 좋잖아요
아니다 얘야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길은 내놓고 밥 먹자
- 전윤호 (1964 - ) ‘눈 내린 아침’ 전문
눈 내린 아침, 화자는 눈을 치우라고 깨우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지나간 시간들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인지 늘 가슴 아린 후회를 동반한다. 잠이 많은 학생시절, 불평하는 화자에게 “길은 내놓고 밥 먹자”고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도 생각난다. 길도 내지 않고 잠부터 자고, 밥부터 먹자고 하는 짓이 꼭 나 같다.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돼서야 아버지의 생활 철학을 가슴에 새긴다. ‘철들자 환갑’이라더니.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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