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할러데이 시즌, 미국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나 망년회 모임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모여 앉아 가장 즐기는 간식 중의 하나가 바로 팝콘이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은 일상에서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지만 ‘비만’이라는 복병 때문에 때로는 먹기도 전에 입맛이 떨어지기도 한다. 오밤중에 늘어지게 먹어도 살이 뼛속으로 숨어버리는지 여전히 날씬한 모습을 뽐내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하기는 공자도 식성이 매우 까다로워서 기름기 있는 것은 절대 먹지 않고 술도 손수 담근 것만 마시고, 음식도 나쁜 냄새가 나거나 빛깔이 안 좋아 보이면 아예 먹지 않았다고 한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만나 지나온 이야기들을 나누며 맛있는 저녁 식사 후 커다란 그릇 속에 손을 부딪치며 먹는 고소한 팝콘은 가족을 더 가깝고 정겹게 만든다.
오래전 한국, 길에서 긴 자루를 놓고 강냉이를 뻥튀기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 고소한 냄새에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들어 코를 흥흥 거리던 추억이 새롭다. 다들 어려워 돈이 없어 사지는 못해도 그 고소한 냄새에 취해 입맛을 쩝쩝 다시던 그 시절,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환경 조사서를 모두 써오라고 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아버지가 시장에서 강냉이를 튀겨서 파는데 아들은 아버지 직업란에 ‘곡물 팽창업’이라고 써내, 소년의 재치와 순진함에 선생님이 미소를 지었다는 얘기가 있다.
뭐니뭐니 해도 지금 미국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팝콘은 판매 상품 병에 할아버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팝콘의 원조인 오빌 레덴바커(Orville Redenbach)팝콘이다. 인디아나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그는 12살 때 우연히 옛날식 튀김 옥수수를 먹다가 껍질이 자꾸 이 사이에 끼고 목구멍에 걸려서 잘 내려가지 않자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하며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자기 나름대로 개량 옥수수를 만들어 키워보기 시작했다. 퍼듀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그는 어떻게 하면 강냉이를 한 알도 빠짐없이 모두 한 번에 튀겨낼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그 다음 그는 농작(農作)에서부터 제품까지의 습기 조절을 연구했으며 제일 중요한 팝콘이 늘어지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큰 사이즈를 만들어내는가를 고민했다. 그는 40년에 걸쳐 무려 3만 번이나 품종 교배를 시도했으며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일 맛있고 가벼워 눈처럼 입 안에서 녹는 팝콘을 만들게 되었다. 이 팝콘은 입안에 붙지도 않으며 또한 기존 팝콘의 두 배 정도 크기로 부푸는 것이었다. 그가 무수히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곁에서 그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내려는지 모르겠다고 뭐 하러 헛고생 하느냐고 할 때마다 그는 더 열심히 연구에 힘을 더했다고 한다. 그래서 후에 그는 여러 사람들의 불신이 오히려 내게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우리 생에서 가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손실은 밀물처럼 몰려와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함정으로 빠트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작은 일이라도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 가서 노력한다면 불가능이 어디 있겠는가. 진정한 성공은 실패를 통해서 더 알차고 값지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하는 실패와, 몇 번인가 시도하다 실패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해를 보내며 고소한 팝콘을 입에 넣고 새해도 이렇게 고소한 한 해이기를 기원하며, 좋은 생각들을 계획하며 기쁜 마음으로 한해를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