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화가 전경(Kyung Jeon)은 쌀종이(rice paper)에 연필과 수채화로 동화 같은 그림을 그린다. 일견 밝고 귀엽고 환상적인 그림들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세상에 내던져진 아이들, 그 속에서 놀기도 하고 꿈꾸기도 하지만 대개는 영문도 모른 채 외롭고 상처받고 이리저리 혹사당하는 작은 아이들의 모습. 그 하나하나의 아주 작은 표정에는 내가 아련히 오래전 겪었던 소용돌이가 모두 들어 있으니, 예술이란 참으로 개인적이고 우주적인 것이다.
상처에 대한 독특한 작업
화가 전경 LA서 첫 전시회
사비나 리 갤러리 2월까지
사비나 리 갤러리는 2010년 첫 전시로 1월9일부터 2월13일까지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 전경의 개인전을 갖는다.
‘크고 예쁜 세계’(it’s a big, pretty world)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는 요즘 뉴욕과 한국화단에서 주목받는 전경이 LA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으로, 몽상적이고 동화적인 세계를 세밀하게 표현한 대형 작품 4점과 소품 6점, 그리고 작가가 받은 우편물 위에 그린 드로잉 작업 8점등 최근 작업들이 전시된다.
작가는 이야기가 많은 소녀들의 속삭임, 꿈같은 아이들의 세계를 순진한 만화적 화법으로 그리지만 그 달콤해 보이는 그림 속에 거친 삶의 기억과 잔상을 꼼꼼하게 설명해 넣고 있다. 꽃들과 풀, 나뭇잎에서 살고 있는 고물고물한 아이들은 모두 팬티 바람인데 대개 잘 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떤 아이들은 잎이나 가시덩굴에 꽁꽁 묶여 있고, 어떤 아이들은 어린이 머리통들로 이루어진 나무 열매를 먹고 있으며, 또 어떤 아이는 머리카락을 칼로 자르는 등 실로 엽기적인 장면들(아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이 너무도 순수한 외양을 띤 채 그려져 있다.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때론 자학적이거나 가학적인 사람들, 마음 아픈 이야기들,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관계가 보는 사람의 숨겨진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이다.
예쁜 이미지를 거칠고 잔혹한 사적 팬터지로 뒤집는 작업이 요즘 현대미술의 핫 경향이라고 하는데 전경은 바로 그 젊은 작가들의 특이한 심미성의 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작업은 시각적으론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동양 전통설화나 기록화처럼 보이며, 방법론적으론 동양미술의 화면 구성과 서양미술의 표현 방식을 조합시킨 독창적 미술 형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뉴저지 태생인 전경(34)은 보스턴 대학에서 철학과 스튜디오 아트를 복수전공한 후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에서 석사과정을 했고, 메인주의 스코히건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폴락-크래스터 재단 그랜트와 애틀랜틱 센터 포 아츠의 아티스트 레지던스, 스코프 이머징 아트 그랜트, 스코히건 장학금 등을 받았으며, 아시아, 남미, 유럽, 미국 등지에서 7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아티스트 리셉션은 9일 오후 6~9시.
Sabina Lee Gallery 971 Chung King Rd. LA, CA 90012
(213)620-9404
<정숙희 기자>
전경의 ‘작은 사람, 큰 걸음’(little persons, big steps)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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