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 번이 훨씬 넘는 낮과 밤이 있어 상당히 많아 보이던 연초의 그 날들도 이제 드디어 마지막으로 접어든다.
유난히 감상적인 성격 탓인지 무엇이던 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많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무언가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며 별로 관심 없이 지나치던
상품도 ‘하나 남은 마지막’이란 수식어에 관심이 달라지고, 이해관계 없이 괜히 미워하던 저명인사의 마지막 고별사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며, 학창시절 특별한 관심도 없는데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 다니던 같은 과 여학생이 마지막 만남임을 선언할 때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 마지막이란 단어의 특별함. 지금 그 한 해의 마지막 끝자락에 서있다.
한밤을 자고 나면 새로운 태양이 새해라는 이름으로 떠오를 텐데 무언가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시커먼 속마음도 조금은 변화를 시도하고 이런 저런 일들로 미루어 놓았던 좋은 작품도 만들어야 하겠고 멋진 전시회도 기획해야겠다.
이미지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범람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고 그 이미지의 생산자의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이미지의 생산에 조금 더 사려 깊은 생각보다는 단순하고 감상적인 사고로 접근하려 하고 그 결과만을 집착하여 동기와 과정을 간과하는 우리들의 모습도 한 번쯤은 되돌아보아야겠다.
모자라는 생각과 행동으로 누구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나 않았는지? 대수롭지 않은 일들에 편협한 마음으로 내가 받은 작은 상처들… 한 해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뒤돌아보니 유행가 가사에서 많이 들어보던 단어들 아쉬움, 미련 그리고 약간의 후회도 반성도 머릿속에서 복잡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 주어졌던 365개의 낮과 밤은 이미 다 써버렸고 새로운 365개의 날들을 선물 받을 것이다. 365개의 사용 계획서라도 작성해야겠다. 역시 많은 부분이 사진에 할애되겠지만 남을 배려하며 ‘착하게 사는 일’에도 조금은 할애해 볼 생각이다. 어느 영화인가 만화인가에서 본 험하게 살다 마음잡은 사람의 팔뚝에 멋있게(?) 새겨진 문신 “차카게 살자”가 문득문득 떠오르니 말이다.
이제 슬슬 카메라를 챙겨야겠다. 일출사진을 찍을 곳이 마땅치 않은 이곳이지만 매년 습관처럼 새해 일출사진을 위하여 카메라를 메고 나가 본다.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쯤에라도 자리 잡고 즐겁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뜻 깊은 이미지들만 일년 내내 이 카메라에 담겨지길 기원하고, 새 날의 새 태양을 카메라의 렌즈를 통하여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또 다른 일년을 나와 함께 뛰어줄 카메라의 구석구석을 새 날의 빛으로 채워 주어야겠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길 기원하며.
<남가주사진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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