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성역처럼 여겨져 왔던 스위스 은행 비밀주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해였다.
사기와 돈세탁 외에 탈세혐의가 있는 고객의 계좌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개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안전한 조세 피난처의 시대는 끝났다.
미국과 스위스 양국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둘러싼 갈등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6월19일 고객의 다이아몬드를 치약 튜브 속에 숨겨 밀반입하다 검거된 전직 UBS 직원이 미국인 억만장자의 비밀자금 2억달러를 은닉하는 것을 도와줬다고 자백하면서부터.
이어 같은 해 11월 UBS의 부유층 고객 관리부문 책임자가 수천명의 미국인 고객들을 위해 200억달러의 자산을 은닉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분쟁은 본격화됐다.
올해 들어 지난해 2월28일 UBS가 기소면제의 대가로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고 탈세혐의가 있는 미국인 고객 300명의 명단을 넘긴다는 데 동의하면서 300년 이상 이어져 온 은행 비밀주의의 튼튼한 성벽에 첫 구멍이 뚫렸다.
이 와중에 UBS는 최고 경영진을 교체했고, 부유층 고객 담당직원의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등 문단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등 관련된 나라들의 압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또 연방국세청이 해외계좌를 보유한 미국인들이 자진신고할 경우 형사상 소추를 면제해 주는 사면조치를 제시하면서 지난해 11월까지 1만5,000여명이 신고에 나섰다. 스위스 은행의 내부 단속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결국 지루한 힘겨루기 끝에 지난 8월 UBS가 전방위 압박에 밀려 주요 탈세 용의자 4,450명의 명단과 계좌 정보를 미 세무당국에 넘겨주기로 하면서 은행 비밀주의의 빗장이 완전히 열렸다.
하지만 비밀주의 약화로 스위스 은행산업이 내년에도 휘청거릴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자국의 높은 세금을 피해 스위스 은행에 자금을 예치해 두려는 부유층은 항상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고객정보 공개 논란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UBS는 향후 3∼5년 동안 연간 세전이익 150억달러를 목표로 삼는 등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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