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½
자신의 여러 영화에서 인간성의 중요한 부분은 사악함이 차지하고 있다고 묘사한 오스트리아 감독 미햐엘 헤네케(히든)의 또 하나의 인간성에 대한 어두운 탐구로 헤네케는 확실히 세상과 인간에 대한 비관론자이다.
1차 대전 직전의 독일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불상사를 둘러싸고 얘기가 진행되는데 여기 나오는 어른들은 순진한 학교 선생과 그가 사랑하는 10대 보모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 사악하거나 매정하다. 반면 이들이 학대하는 아이들은 순진하고 순수한데 이것도 실은 애매모호하다.
영화는 불상사를 둘러싼 의문을 해결하지 않고 끝나는데 마치 답은 관객들에게 맡긴 듯한 미스터리 영화다. 어른들이 상징하는 악과 아이들이 상징하는 선의 대결 그리고 악에 대한 선의 응징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영화가 다분히 악마적이다. 144분짜리로 흑백 촬영이 눈부신 영혼을 빨아 마시는 듯한 작품이다.
독일의 아이히발트. 이 작은 농촌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지주인 남작의 소작농들. 부인과 어린 아들을 둔 남작은 마을의 물질적인 것의 주인인데 마을 사람들의 영혼을 지배하는 것은 자신의 여러 자녀를 혹독하게 다루는 목사.
외부 세계와 고립되다시피 한 마을에서 먼저 동네 의사가 말을 달려 귀가하다가 누군가 나무 사이에 설치한 철사 줄에 걸려 낙마하면서 크게 다친다. 홀아비인 의사가 입원한 사이 어린 두 남매를 돌보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 집 살림살이를 돌봐 온 역시 혼자 사는 고독한 동네 아주머니.
이어 일련의 불상사가 계속해 일어나면서 사람이 죽고 재산이 파괴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 사이사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이 묘사된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마을의 거의 모든 가정이 아동학대와 성추행, 간통과 죽음 그리고 사악한 행동의 산실이다시피 하다. 이런 사악한 분위기 속의 유일한 빛은 젊은 학교 선생(영화는 나이 먹은 이 선생의 해설로 진행된다)과 남작 집의 17세 난 가정부 간의 로맨스. 둘의 아이들 같은 사랑의 나눔이 따스한 볕과도 같다.
이어 1차 대전이 일어나고 불상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경찰이 수사를 하나 사건은 풀리지 않는다. 마치 귀신영화를 연상케 하는 영적이요 심오한 인간 본성에 관한 해부다. 지난해 칸 영화제 대상 수상.
R. 랜드마크(310-281-8233).
목사 부부의 자녀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부모의 손에 키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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