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이발소 하는
어떤 형한테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바야흐로 설 단 대목에
오줌 누고 뭐 볼 새도 없이 바쁜데
엊그제 새로 들인
머리나 감기는 아이놈 하나가
세상 둘도 없는 뺀질이더라고
그 녀석 그날따라 더 뺀들거려
보다 못한 그 형
버럭 한 소리 질렀다는데
야 이놈 자식아,
그만 좀 뺀질거리고 얼릉 여 와
손님 대가리나 감겨!
순간, 멋모르고 엎드려 있던 손님
문제의 대가리 번쩍 치켜들고
한참이나 뻥하게 쳐다보더라고
고증식 (1959 - ) ‘실언’ 전문
설날이라고 단장하러 왔다가 대가리 소리를 들은 손님이나, 뺀질이에게 화낸다는 게 손님을 욕하게 돼버린 이발소 주인이나, 뺀질거리다 야단맞은 종업원이나, 오늘은 다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새해를 화내면서 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불경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달콤한 대목을 보고 있는 중이라지 않은가. 신년벽두부터 화를 내면 일년내내 화낼 일만 있을 것 같다. 새해에는 웬만한 일일랑 웃으며 넘겨야겠다는 작심을 해본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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