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거리
10시 15분 방향으로
할머니 한 분 절름절름 걸어가신다
힘겨운 시간들이 한 쪽 다리를 갉아 먹었는지
관절 어느 부분이 어긋난 것인지
하얀 고무신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길이 출렁 휘어진다
부러지지 않으려 맘껏 휘어져 온 生
남은 나날 지팡이 하나로 거뜬한 듯
계속해서 활시위를 다잡는 할머니
미처 쏘아 올리지 못한 활
이역만리까지 가지고 온 이유를
아직도 구부러질 허리춤에 매달고
아슬아슬, 한 발씩 디디며 과녁을 겨누고 있다
올림픽 행길이 짱짱하게 휘어진다
구자애 (1964 - )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절름절름, 천천히, 조심조심, 아슬아슬 걸어가고 있다. 온 신경을 모아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궁사 같다. 할머니가 한 발을 내디딜 때 큰 길이 활대처럼 휘어진다. 할머니가 쏘아 날릴 화살은 지팡이다. 아니, 그 지팡이에 의지한 할머니 자신이다. 이역만리까지 버리지 않고 가져온, 우리 모든 이민자들의 꿈이다. 할머니가 순간순간 온 몸을 던져 시위를 당기고 있는 경기장의 이름이 재미있다. ‘올림픽’이다.
김동찬 /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