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LA 아트쇼는 전세계의 심각한 불황을 그대로 드러낸 미술제였다. 지난 20일 개막돼 21~24일 나흘동안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5회 LA 아트쇼는 예년에 비해 규모가 반으로 축소됐는데도 관람객 수가 크게 준 것은 물론 미술품 거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09 LA 아트쇼도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에 개최된 터라 성과가 부진했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훨씬 더 심각했다는 것이 화랑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는 특히 날씨 탓도 컸는데 집중호우가 내린 21일과 22일 이틀 동안은 전시장이 완전 썰렁했으며 날이 개인 주말 23일과 24일에야 사람들이 몰렸으나 그나마 콜렉터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관람객·작품 거래 ‘뚝’
“좌판같은 전시” 혹평 속
표갤러리 등 한인화랑들
수준높은 미술품들 눈길
이번 아트쇼에 참가한 앤드류샤이어 갤러리의 메이 정 관장은 “전에는 몇백만달러 상당의 작품들을 들고 나왔던 대형 갤러리들이 올해는 쉽게 팔수 있는 에디션들만 들고 나왔는데도 거래가 거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고 말하고 “콜렉터들은 또 그들대로 올해 아트쇼는 작품이 왜 이러냐고 불평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참여한 화랑들의 전시 수준이었다. 전체 참여화랑이 지난 해 175개에서 올해 110개로 크게 줄어들었으나 오히려 한국 갤러리들의 참여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점부터 특이했다.
이번 쇼에 나온 해외국가는 고작 10개국인데 다들 하나씩 나왔을 뿐 한국처럼 5개 화랑이 몰려온 나라는 한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청작갤러리, 미술시대, 갤러리 미즈, 코리아 아트센터, 제이 갤러리 등 5개가 참가했는데 이들이 들고 온 작품과 전시 스타일의 수준은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조잡해 얼굴이 화끈할 정도였다. 갤러리마다 거의 10명이나 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아무 연관성 없이 좁은 공간에 나열식으로 전시함으로써 마치 액자 가게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다 주최측이 일부러 그렇게 배정했는지 한국의 화랑들은 뒤쪽 구석에 단체로 몰려있어 더 눈에 띄었으며,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거나 관람객들의 호기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도대체 왜 여기까지 큰 비용을 들여 작품을 싣고 왔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한 콜렉터는 “스왑밋에 좌판 벌여놓은 것 같다”고 혹평하고 “한국 작가들의 수준이 국제 화단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심을 내세우지만 이런 식이라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다행히도 미주한인 갤러리들의 전시내용은 상당히 흡족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앤드류샤이어 갤러리는 백남준과 파리작가 이배, 그리고 동남아작가 3인의 작품을 걸어 눈길을 끌었으며, 표갤러리 LA는 김창열, 이강소, 이용덕, 박성태, 김오안, 러스티 스크러비, 제임스 길버트의 작품을 출품해 호평 받았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샌드라 리 갤러리는 박혜숙씨의 작품(‘The Fall of St. Paula’)를 VIP 라운지에 걸어 시선을 모았고, 뉴욕의 가나 아트와 아트게이트도 각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올해 아트쇼를 보면서 시대가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최근의 예술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곳, 가장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의 무대가 돼야할 아트페어가 과거의 그림자를 좇는 전시장이 돼버린 듯 시시하고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책임을 불황에 돌려야 하는 것일까? 어떤 환경에서든 작가들의 깨어있음을 기대해본다.
<정숙희 기자>
앤드류샤이어 갤러리는 백남준의 작품(오른쪽)과 동남아 작가들의 작품들로 부스를 꾸몄다.
표갤러리의 전시 부스. 김창열, 이강소, 이용덕, 박성태, 김오안 등의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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