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내가 미국 유학을 올 당시 그리고 1950년 6.25전쟁 때만 하여도 ‘코리아’라는 말은 미국인 거의가 알지도, 듣도 보도 못한 그야말로 미지의 나라였다. 심지어 캘리포니아의 어느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물며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즉 1885년쯤은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어떠했는지 상상이 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뒤떨어졌었고 나라는 황폐와 빈곤으로, 민생은 무지와 폐습으로 허덕이는 상태였다. 반면 이웃 일본은 명치(明治)유신 이후 근대화한지 30년쯤 되어 벌써 막강한 근대국가로 발전하여 우리나라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을 때였다. 실로 한심한 풍전등화(風前燈火)격 신세였다고 하면 너무 심한 혹평일까?
그러나 우리나라의 앞날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롭게 하는, 참으로 우연이라고 하기는 너무나 기적적인 일이 뜻밖에 우리와는 수십만리 떨어진 미국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카고와 워싱턴 사이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 1883년 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다름 아닌 볼티모어 감리교회 목사인 가우처(John Franklin Goucher) 박사와 고종 황제가 보낸 민영익 보빙사절단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그것이다. 오래전부터 인도 중국 일본 선교활동을 적극 지원하던 가우처 박사는 사절단과의 만남과 이야기로 항상 관심을 가졌던 한국 선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결심하고 두 차례에 걸쳐 당시로서는 거금인 5,000달러를 뉴욕의 미국 감리교 선교부에 한국선교에만 사용하라고 보냈다. 그리고 계속하여 한국선교를 강조하고 설득하여 마침내 한국선교가 정식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 신혼인 아펜젤러 박사 부부, 스크랜튼 여사와 아들 스크랜튼 의사가 1885년 부활주일 아침에 제물포(지금의 인천)에 도착했다. 장로교의 언더우드 박사도 같은 날 함께 왔다. 처음에는 교육과 의료사업, 그리고 점차 선교 사역의 씨와 뿌리를 내렸다.
이 분들이 한국에 들어 온 사실은 1855년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이 일본 시모다(下田)에 내항하며 일본이 개화하기 시작한 역사적 사실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현대교육의 효시인 배재학당은 1885년, 이화학당은 1886년 각각 아펜젤러 박사와 스크랜튼 여사의 설립으로 이루어져 획기적인 새 문명과 새 교육이 싹 트기 시작했다. 오늘의 현실과 성공의 초석이 그때 굳게 다져졌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한국을 가져 온 원인이나 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독립을 위한 애국지사의 희생, 8.15 해방, 건국의 이승만 대통령, 6.25전쟁 때 미국과 UN군, 미국 원조, 월남 파병,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부흥, 한국 부모의 자녀교육열, 우수한 두뇌와 근면 등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인 1885년 부활절 아침에 일어난 사실이야 말로 우리 한국의 새 역사가 창조되는 대전환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님의 원대하신 축복이 가우처, 아펜젤러, 스크랜튼, 언더우드를 통하여 그리고 이 분들의 희생과 봉사가 밑거름이 되어 오늘의 한국이 가능하였고 그 결과 오늘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확신한다.
그럼으로 우리는 먼저 겸허히 125주년을 기념하며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자”(신명기). 그리고 나아가서는 125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를 통해 오늘의 한국이 있게 한 선구자이며 개척자이신 이 분들에게 감사하며 보은(報恩)하는 2010년이 되기를 간구하며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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