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로부터 수태고지(Annunciation)를 받고 당황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푸리 안제리고(1387-1455)는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덮고 불가사의와 호기심 그리고 곧 닥쳐올 미지의 사건에 대한 공포 섞인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은 바람과 같이 왔다. 아침 안개와도 같이 사라져 가나 인간은 창조주가 남겨준 육체와 언어를 통해 사유도 하고 철학도 하며 죽음 이라는 사건에 마주치고는 육체의 유한함을 인지케 된다.
이 죽음과 종교의 고리를 연결한 것이 불란서의 수학자요 철학자인 ‘데카르트’이다. 그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 생각하고 있으니 내가 존재함이로다’의 실존 철학파의 한사람이다.
창조주는 사람에게 60조가 넘는 세포로 된 생명체에 태생적으로 많은 암세포를 혼합하여 놓고 때가 차면 방아쇠를 당겨 암을 발병케 하고 인구 폭발을 억제하고 있다.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의 통계에 의하면 첫째 사망 원인을 암으로 들고 있다. 전체 인구 1억 2천만 명의 반, 즉 2명중 하나는 언젠가는 암에 걸리며 3명 중 하나는 암으로 죽어 간다는 것이다. 한 가정에 적어도 한사람은 암 환자라는 확률이다.
일 년 전 나는 암으로 아내와 가슴 아픈 사별을 하였다. 심한 복통을 느껴 캐스켄을 찍고 전문의인 W씨를 만났었다. 그러나 W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별로 설명도 없이 불쑥 소천고지서 (召天告知書)를 내미는 것이었다. 췌장에 있든 암이 이미 간으로 전이 되였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죽음의 선고였다. 아내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였으며 췌장에 암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암이란 진단을 본인은 물론 심지어 가족에게도 알리기를 꺼렸든 시대가 있었다. 마리아의 수태를 가브리엘 천사가 알려 주듯이 담당의인 W씨도 좀 더 완곡한 간접화법으로 암의 존재를 알려 주었어야 했다. 그도 의사가 되기 전 분명히 환자를 대하는 ‘피다고라스의 윤리선서’를 하였을 터였다. 얼마전 연방 질병예방국에서는 유방암 검사를 40 에서 50살로 연장 권고한 적이 있다. 환자의 심리적 충격을 덜어주려는 배려에서 이다. 어느 날 암의 진단은 곧 시한부 인생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아내의 당황하고 곤욕에 찬 모습, 그 경악의 목소리를 어찌 잊을 수 가 잊겠는가.
요사이 자연사, 보조사, 안락사, 존엄사 등 많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기의 복음 전도사 빌리 그레이엄의 아내 룻은 선교여행에서 얻은 폐렴이 악화돼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었다. 잠자는 사이 그것이 빠져나가 그녀는 심한 호흡장해를 일으켰다. 간호하든 빌 이 다시 끼어주려 할 때 룻은 빌리의 손을 강력히 막고 숨 가쁜 목소리로 ‘No, No!’ 를 연거푸 이어댔다. 할 수 없이 담당 의사와 의논한 빌리는 다시 튜부를 끼어줄 것을 포기하고 그녀의 병상 머리에 앉아 힘겨운 기도를 드렸다. 단장의 쓰라림을 안은 오열의 외침이었으리라. 이틀 후 룻은 87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는 우주발사대로 옮겨지고 있었다. 후일 타임지 기자가 묻는 말에 다시 튜부를 꼽아 준다는 것이 생명의 소생 보다는 오히려 고통만을 연장 시키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는 이제 우리 인생이 어떻게 생을 마감하느냐를 설교할 때가 되였다라고 빌리는 말을 맺었다. 그런 그도 이젠 파킨슨병과 알자이머를 앓고 있다. 삼가 빌리 목사님의 쾌유를 비는 바이다.
변만식
기윤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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