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를 한 아픔으로 울게 만든 아이티 참상에 국가, 개인 모든 차원에서 구조와 구호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즉각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구조, 치안을 위해 많은 군인을 보낸 것에 대해 국내와 국외에서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위로 비난한 사례도 있지만, 적어도 아이티를 위한 이번 관심과 희생은 어떠한 보상도 기대하지 않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손길이라 믿고 싶다.
아주 오래전 섬기던 교회의 한 여집사는 자선,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을 향해 “다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과연 그럴까? 이분이 말했던 자기 만족의 내용은 무엇일까?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 자기는 선행을 베푸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은근한 자부심, 혹은 남에게 선행이 알려지는데서 오는 만족감 등을 말 할 수 있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동기에 이러한 냄새나는 불순물이 섞여 있더라도, 자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성경말씀은 “네 구제함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라고 하지만, 사실 모든 인간에게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상심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정의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재물을 학교나 공공단체에 기부한 사람의 이름으로 건물을 명명한다든지, 기부금을 내고 세금공제를 받는다든지, 또는 학생들의 봉사활동의 주 동기가 졸업을 위한 크레딧을 따는 것 등도 보상으로 간주한다면 보상심리가 배재된 완전 순수한 희생은 없다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 이민 일세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이민 길에 올랐다고 말한다. 이것을 자녀들을 위한 희생과 투자로 간주한다면, 본인들도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당연히 자녀들의 성공을 보상으로 요구하는 분들이 많다. 따라서 본인들의 이민살이가 힘들수록 기대에 어긋난 자녀들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커지고, 이러한 부모 마음이 자녀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부모자식 간에 골이 깊은 갈등으로 나타나는 불행한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 기대가 부모들이 마음대로 그려 놓은 틀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모든 부모들이 다 자식을 위한 꾸지람과 조언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자식들에게 바라던 보상의 기대가 어긋난 데서 오는 실망의 표현일 수도 있다. 나 자신도 자식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인내하고 사랑으로 껴안아 삶으로 본을 보이는 일에 많이 서투른 것 같다. 우리 부부 결혼 25주년에 큰 아들은 엄마, 아빠에게 정성껏 감사의 시를 적어 예쁜 액자에 넣어 주었는데, 유독 엄마에게 준 시에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어서 고맙다”는 귀절이 들어 있었다.
보상을 조금 깊게 생각해보니까 가장 큰 보상은 그냥 주고 싶어서 대가 없이 주는데서 오는 기쁨 그 자체인 것 같다. 자녀들은 이미 자녀 됨으로 부모에게 기쁨을 주니, 그 존재자체가 가장 큰 보상이다. 나의 헌신과 희생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그리고 이웃이 더 행복해지고, 그래서 그것이 기뻐 더 주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이 생긴다면 그래서 본인의 가슴도 푸근하고 훈훈해 진다면 그 자체가 이미 가장 값진 보상이라 말하고 싶다.
예수를 구원주와 삶의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말에 더욱 공감하리라 믿는다. 물론 성경에서는 현세의 삶을 통해 주어지는 내세의 보상의 약속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인류의 죄를 위해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멸시와 모욕을 당하고, 강도와 함께 가장 처절한 십자가의 처형을 당하고, 삼일 만에 부활하여 산 소망을 주신 그분이 너무 귀하고, 감사하고, 사랑스러워, 자기 삶을 더욱 그분이 기뻐하시는 헌신의 모습으로 드리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다면, 그래서 그 헌신이 기쁘고 행복하다면 그 사람은 이미 가장 큰 보상을 받았다고 믿는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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