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홀인원은 하늘이 도와야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어려워 대단한 행운이라고들 한다. 골프 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한 수학자가 홀인원의 확률을 계산해 보니 프로골퍼의 확률은 3,500분의 1, 핸디캡이 낮은 아마추어 고수의 확률은 5,000분의 1정도고 일반 골퍼들이 홀인원을 할 확률은 훨씬 더 떨어져 1만 2,000분의 1 정도로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1라운드에 4개의 파 3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00라운드에 한 번꼴로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인 셈. 만약 1년에 200라운드를 치는 골퍼라면 15년에야 한 번 정도 행운을 맞게 된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골프대회 마다 홀인원에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비싼 경품이 걸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 경품에 혹해 홀인원을 조작했다 망신살이 뻗치는 골퍼도 생기나 보다.
LA 평통 얘기다. 점잖게 무게를 잡던 평통위원들이 한 통 속이 돼 ‘인증샷’까지 찍으며 홀인원을 조작한 ‘평통 홀인원 사건’의 파장이 만만치가 않다.
매 2년 마다 돌아오는 위원 선정 때가 아니면 동포사회의 관심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실질적인 활동이 없어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인 평통이 이 코메디 같은 사건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LA 평통 조직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우려할 만큼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조작 당사자로 지목된 현직 부회장이 제명됐고 전직 회장은 징계처분을 받은데 다 현 회장은 사퇴압력에 시달리고, 원로인사들은 고문직을 사퇴해버렸다. 이 뿐 아니다. 일각에서는 총영사 책임론까지 거론됐고 잠잠했던 평통 무용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으니 이래저래 평통은 3캐럿 다이아몬드에 홀려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출범 전부터 LA 평통은 위원 인선과 관련해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고, 회장이 낙하산 이라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고 일부가 사퇴하는 등 말썽이 끊이지 않았으니 이제 누가 평통을 통일을 위해 힘 모으는 단체라고 하겠는가.
사실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평통을 해외 한인사회의 통일역량을 한데 모으는 통일단체로 여기기보다 한인사회에 영향력 행사를 위한 친위단체정도로 여겨왔던 역대 정권들의 탓이 크지만 이명박 정부의 평통은 이를 한참 뛰어 넘고 있다.
특히 2012년 해외동포 참정권 허용을 앞두고 해외평통 운영예산을 갑자기 300%나 증액하고 늘어난 위원수를 또 다시 대폭 증원하려 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어 일각에서는 재외국민 선거와 관계가 있지 않나하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정부가 재외국민 선거에 평통 조직을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정부가 이 의구심을 해소하려 한다면 이미 신망을 잃어버린 평통 조직을 과감히 정비해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김상목 /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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