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떠날 때는/다시는 조국을 생각하지 않기로/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중략)…생각하지 않으려는 조국은 언제나 허공에 하얀 달이 되어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 오면서 왜 떠나 왔느냐고 질책을 했다’(가나다라마바사1)
이세방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헬렌에게 보내는 편지’(해뜸 펴냄)를 출간했다.
이 시인은 서라벌 예대에서 이문구, 조세희, 한승원 등과 함께 수업하며 1962년 한국 문화공보부가 주최한 ‘제1회 신인예술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지만 1967년 미국으로 온 뒤로는 시와는 담을 쌓고 사진작가로 활동해 왔다. 미국사진작가협회(ASP)의 아시안으로는 세번째 펠로우가 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았지만 1980년 조국의 광주사태는 이씨로 하여금 다시금 펜을 잡게 했다.
‘헬렌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자신의 처조카이면서 회사 업무를 위해 인도 출장에 앞서 예방주사를 맞은 뒤 하반신이 마비된 헬렌을 향한 이 시인의 마음이 애절하게 녹아 있다.
하지만 이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모국어와 모국 글자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시집에 실린 전체 80여편의 시 가운데 무려 13편이 ‘가나다라마바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시인은 “변화되어 가는 조국을 바라보며 때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때로는 해결되지 않은 민족의 안타까운 숙원을 가슴에 묻어둔 채 쓰인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인은 때때로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다 못해 한글학자들을 꾸짖기도 한다. ‘하나는 얼굴에 분 처바르듯 하는 영어/다른 하나는 내 속말 한국말이 아니었더냐…(중략)…이따금 고향 나들이로 서울엘 가면/한글은 영문이나 한문에 짓눌려 숨을 못 쉬니…(중략)…남쪽의 한글 학자들아 머리를 조아려라’(가나다라마바사2)
시사평론가 은호기 선생이 시인 소개에서 ‘이세방은 타고난, 그냥 예술가다’라고 평할 정도로 이번 시집은 일독해 볼만 하다. 시집은 LA 한인타운 내 정음사와 알라딘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정대용 기자>
‘사진쟁이 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세방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헬렌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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