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누구나 한두 명의 존경하는 사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얘기가 끝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우리들 대부분은 존경하는 사람을 딱히 갖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 이도 잘 없었을 것이고, 그런 질문을 주고받을 필요도 못 느꼈을 것이다. 존경하는 사람이 없어진 우리들의 현재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교육이 평준화되고 고학력자가 많아지면서 특별히 누구를 존경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삐뚤어진 유식병(?)에 빠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자본주의 세상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돈의 유무가 성공(인간)의 잣대로 변해서, 존경의 대상을 찾는 일이 옛날보다 한층 어렵고 까다로워진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가 우리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없어지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존경하는 사람 없이도 잘들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그해 워싱턴 DC 흥사단을 창립하는 자리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면서 나는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바로 도산 안창호 선생이다. 그분은 알면 알수록 더욱 존경하게 된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분을 훌륭한 독립운동가 정도로 알고 있지만 도산은 단순한 애국자요, 독립운동가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도 훌륭한 사상과 완벽한 인격, 세계를 포용하는 넓고 해박한 사고를 가졌다. ‘100년 전의 한국인’으로 생각하기에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뛰어난 천재성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를 들어보면 첫째, 도산은 오늘에도 유효한 ‘선진조국’의 향방을 이미 100년 전에 제시했다. 둘째, G20의 위상에 맞는 ‘세계화의 생각’을 100년 전에 이미 말씀해 주셨다. 셋째, 개인의 삶의 행복을 주는 ‘생활인의 자세’를 100년 전에 먼저 실천하셨다.
생각하면 할수록 100년 전에 그러한 선진적 사고를 사진 ‘한국인’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영웅적 인물들이 출현한 한국 근대 100년사에서 유독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전기를 여러 작가들이 가장 많이 쓰게 된 것도 바로 그분의 뛰어남 때문일 것이다. 춘원 이광수, 시인 주요한과 장리욱 서울대 총장 등이 쓴 ‘도산 전기’는 그래서 필독의 의미를 갖는다.
그분이 19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흥사단’이 올해 제97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시민단체다. 흥사단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있기에, 집권 정당의 평균수명이 10년을 못가는 나라에서 장장 97년을 유지하는 시민단체가 되었을까?
도산 안창호 선생을 알게 돼 ‘존경하는 사람’이 생긴 것은, 내게 큰 위안과 함께 삶의 자세에 큰 보탬이 되었다. 도산은 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준 분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서러워 견문이라도 넓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미국의 50개주를 모두 자동차로 여행해보는 객기(?)도 부려보았다. 지금도 직업상 1년에 10만 마일 이상의 비행시간과 수만 마일의 자동차 운전을 하는 역마살(?)을 끼고 산다. 그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드문드문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각박한 세상에서 정신적인 존경의 대상을 갖는 것은 신앙을 갖는 일과는 사뭇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민자의 삶이 그렇듯이, 나도 자신과 부양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언젠가는 나도 일(생업)에서 은퇴를 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때에 내가 무엇으로 소일하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요즈음은 고령화 시대이므로 옛날보다도 훨씬 길어진 은퇴이후의 긴 시간들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은퇴 후 나는 흥사단 ‘총무’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보낼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워 놓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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