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우리 집 진도개 이름은 똑순이다. 우리 집에 올 때는 어미젖을 뗀지 얼마 안 된 하얀색의 강아지였다. 오자마자 목욕을 시키면서 친해진 사이가 벌써 8년째이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언제나 꼬리를 살랑살랑, 늦게 들어 와도 밥도 안 먹고 기다리고 있다. 새끼 때부터 누가 훈련을 시키지도 않았지만 한 번도 실수를 한 적도 없다. 말썽 한번 안 부리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똑순이다.
10월 중순경인가 똑순이와 산책을 가는 중에 털이 온몸에 있는 풀쐐기를 발견하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걸음을 멈추었다. 농부들의 말에 의하면 풀쐐기가 돌아다니면 그해는 춥고 눈이 많이 온다고 했다. 농부들은 반복되는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것 같다. 또한 눈이 많이 오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도 한다.
똑순이와 같이 풀쐐기를 보면서 눈이 많이 오겠구나하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중얼거렸던 기억의 날이 왔다.
조금 눈이 올 때는 좋아라 하면서 산책을 하던 똑순이가 몇 십 년 만에 폭설로 갇혀버린 날, 온통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나뭇가지에는 얼음이 종종 매달려 트리를 연상케 했다. 살면서 이런 많은 눈은 처음 보았고, 똑순이도 태어나고 처음인지라 놀랬던 것 같다.
드라이브길만 치우면 되겠다 싶었는데, 똑순이가 하던 곳이 아니라 계속 안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오후 늦게까지도 참고 있었던 똑순이를 억지로 데리고 나가, 눈 위를 끌어 올리고 사투를 벌인 끝에 해결이 되었다. 얼마나 불쌍하고 애가 탔던지...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기 전 슈퍼에는 빵과 우유, 냉동 음식들이 텅텅 비어 있었다. 한국인들은 밥과 김치만 있어도 며칠을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도 눈만 온다고 하면 습관처럼 음식을 마구 카트에 싣는다. 이번 폭설로 인하여 습관이 얼마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았다.
습관(習慣)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다. 똑순이는 반복을 통해서 습관이 강화되었다. 강화는 어떤 행동을 유발한 자극이 되풀이 될 때마다 그 행동 혹은 반응이 반복되도록 조장한다. 그 행동은 반복 될수록 더욱 자동적이 된다.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저서 ‘심리학원리(principles of psychology)’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습관은 보다 힘든 일을 위한 고등 정신과정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는 유용하지만 행동을 점점 틀에 박히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습관이란 밧줄과도 같다. 처음에는 실처럼 가늘지만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은 밧줄처럼 굵어진다. 밧줄이 굵어지면 풀기 힘들다. 좋지 않은 습관은 너무 튼튼해지기 전에 풀어야겠다.
과거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때가 정말 좋았다기보다는 현재의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생각의 습관 탓이라고 한다.
우리는 날마다 습관이란 밧줄을 튼튼하게 꼬며 살고 있다. 좋은 습관은 인생을 값어치 있게 만들지만 나쁜 습관은 파멸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나 자신은 성공의 습관보다 행복습관을 먼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때로는 생산적인 열정을 가로막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벌써 경인년도 2월이 되었다. 처음엔 당신이 습관을 만들고 나중에는 습관이 당신을 만든다고 한다. 오늘의 자신을 신뢰하고 일상에 만족하는 생각의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울러 미래를 희망하는 만큼 오늘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습관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민정 /워싱턴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