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샤이어 갤러리
재불작가 이배 초대전
강렬한 흑백 대비 눈길
흰색 공간과 검정 페인팅의 강렬한 대비가 너무도 간결하고 겸손해서 구도자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모든 색을 포함한 검정색은 우주의 블랙홀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으되 누구도 유혹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그 깊고 깊은 검정은 세상과 피안, 삶과 죽음, 나와 너를, 그저 숯처럼 흙처럼 밤처럼 모두 받아들여준다.
점, 선, 그리고 공간…
앤드류샤이어 갤러리(관장 메이 정)는 재불 작가 이 배(Lee Bae) 초대전을 2월25일부터 3월27일까지 개최한다.
작가 이 배는 홍대 미대 졸업 후, 20년 가까이 파리에 거주하면서 꾸준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작가로, 프랑스 문화성이 그의 작품을 구입한 바 있다. 한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벨기에, 뉴욕 등지에서 개인전만 약 30회를 가졌는데 LA에서의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흰 바탕에 검은 획’이라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동양의 간결한 수묵추상화를 연상케 하면서도 아크릴릭 용제에 드러난 검은 획들은 윤기를 듬뿍 머금고 있어 지극히 현대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항상 검정색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는데 그것은 무한한 깊이와 밀도와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형적 한국 소재인 목탄을 사용하여 작업했으나, 후에 대나무 숯을 물, 아크릴과 섞어 더 어둡고 짙은 검정을 창조해냈다.
그의 초기작품은 우리 삶의 여러 이미지를 압축한 단순화된 형상들이 주를 이루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그런 형상들과 삶의 이야기적인 요소들에게서 멀어지고, 추상적인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가 창조해내는 형태들은 갈수록 단순해졌지만 훨씬 강력한 힘과 활력을 간직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그만의 검정색으로 형태를 만드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검정색 형태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수차례의 재빠른 페인팅을 시도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한 번씩 캔버스에 덧칠할 때마다 그 형태는 건조되고 변형되며 더 깊어진다. 그 형태들은 절대로 임의로 생성된 것이 아니며, 동일한 형태가 윤곽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정확하고 신중하며 집중하여 여러 번 반복하여 칠함으로써 완벽한 형태로 완성된 것이다.
그 검정의 깊이와 밀도와 바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는 더 많은 빛과 윤기를 머금은 흰색 공간을 사용한다. 크림색으로부터 흰색으로 진화해온 그의 바탕색은 검정에 더 많은 깊이와 무게와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 이 배는 2000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엔 파리의 RX 갤러리와 뉴욕의 화이트 박스 갤러리, 북경의 투데이 아트 뮤지엄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 시립미술관, 스페인 쁘리바도 알레그로 재단, 바루 재단 등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가가 참석하는 오프닝 리셉션은 25일 오후 6시-9시에 열린다.
전시장 주소와 전화번호 3850 Wilshire Blvd. #107 LA, CA 90010 (213)389-2601
이 배의 작품 ‘무제’. 캔버스에 아크릴릭 미디움과 차콜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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