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라인 오브 크레딧을 개설한 한인 최모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았던 수백달러 청구서를 받고 당황했다. 내역을 살펴보니 데빗 카드 사용액 250달러에 오버드래프트 수수료 140달러가 부과돼 있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라인 오브 크레딧을 열면서 은행 측의 부탁으로 개설한 체킹 어카운트가 화근이었다. 잔고가 없어도 된다는 말에 어카운트를 오픈해 주면서 받은 데빗 카드를 색깔이 비슷한 크레딧 카드로 착각하고 수차례 사용한 것이다. 은행에 항의했지만 규정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억울하지만 일단 돈은 지불한 후 화근이 된 체킹 어카운트를 바로 폐쇄해 버렸다.
1잔에 40달러짜리 커피나 주스를 마셔봤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들었다는 최고급 ‘루왁 커피’ 얘기가 아니다, 스타벅스에서 4달러짜리 커피를 산 후 잔고 없는 데빗 카드로 결제하면 35달러의 수수료가 붙어 금방 40달러가 된다.
오버드래프트 수수료는 고객이 체킹 어카운트 잔고를 초과하는 액수를 데빗 카드나 체크로 지불했을 때 일단 초과분을 지급해 주고 고객에게 부과하는 벌금이다. 얼핏 보면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고객의 부주의와 실수를 이용해 돈을 버는 행태여서 원성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오버드래프트를 노다지로 인식하면서 교묘한 방식으로 수입을 늘리는 나쁜 은행들도 있다. 금액이 많은 거래부터 결제해 줄줄이 오버드래프트가 발생하도록 하는 수법이 그중 하나이다. 가령 잔고 100달러가 있는 고객이 5달러, 10달러, 20달러, 45달러, 60달러 순으로 구매를 했다면 이것을 순서대로 결제하지 않고 큰 액수부터 결제한다. 그러면 더 많은 회수의 오버드래프트가 발생하고 은행은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은행의 이런 행태에 부도덕하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연방의회는 지난 해 규제안 마련에 착수, 은행들은 데빗 카드와 ATM 오버드래프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고객들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 했다. 그런 가운데 전국 은행들 가운데 데빗 카드를 가장 많이 발행하고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올 여름부터 데빗 카드와 ATM에 대한 오버드래프트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잔고를 초과하는 데빗 카드 사용은 자동 거부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념 없이 데빗 카드를 사용했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사라지게 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로서는 수억달러가 넘는 알토란 같은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지만 고객신뢰라는 측면에서 손해날 것 없다는 표정이다.
과연 다른 은행들도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뒤를 따를 것인가. 잔고가 아슬아슬한 서민들의 실수를 수입 늘리는데 이용해 “악덕 사채업자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받아 온 은행가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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