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나는 앤디 워홀의 그림을 보면 난감하다. 켐벨스 통조림 캔이 잔뜩 쌓여진 그림이나,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마릴린 몬로 얼굴은 예술적인 무게감보다는 하나의 흥밋거리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앤디 워홀을 팝아트의 대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그의 그림을 다각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한 많은 미술계의 학자와 미술평론가들의 역할이 크다. ‘이것도 그림인가’하는 의문도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바로 설득력 있는 비평분석 때문이다.
모든 예술작품은 비평과 반박을 통하여 발전해 왔다. 비평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하고 일반인이 납득할 만한, 공감을 끌어내는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한다. 내 취향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깎아내리거나 그 작품이 아닌, 작품과는 상관없는 외적인 것으로 작품의 본질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한국문화원에서 영어 창작극 2편이 공연 되었다. 한 편은‘자스민이 시계 왼쪽 방향으로 도는 이유는’이고 그리고 또 한 편은 ‘방탕한 딸’이다.
두 편은 모두 이민 1세와 2세의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우연이겠지만‘자스민…’을 쓴 이언호 작가는 40년 동안 희곡과 소설을 써온 이민 1세의 원로작가이고 ‘방탕한 딸’을 쓴 비비안 계는 이민 2세의 젊은 작가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세대가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는 데에 더욱 더 의미가 깊다.
‘자스민…’은 상당히 상징적이어서 영어가 능통하다고 해도 한 번 보고 그 작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다. 시계라는 한 상징물을 통하여 아버지가 결혼한 아들 부부에게 문화가 전수되고 그것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의 갈등은 모두가 공감하는 시대를 초월한 갈등이다. 언뜻 흔한 소재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대화에 녹아 있는 은유적인 표현들은 40년의 문학을 해온 작가의 경륜을 무시할 수 없게 한다.
‘방탕한 딸’은 미국에 이민 왔지만 실패한 한 부녀의 삶을 통하여 이민의 허실을 보여준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의 작품이다. 연극을 잘 모르는 사람은‘방탕한 딸’이 더 재미있다고 할 것이고 좀 더 문학적의 조예가 깊다면 ‘자스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게다가 두 작품은 그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다.‘자스민…’을 쓴 작가의 원래 의도는 심각하기보다는 코믹한 구성으로 그 작품을 썼고 ‘방탕한 딸’의 원작은 비극으로 결말지어졌다. 하지만 케이백 교수는 ‘자스민…’에서 시계의 태엽을 감는 의식을 진지한 예식으로 표현했고 ‘방탕한 딸’의 결말은 부녀가 함께 씨앗을 심는 장면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희곡의 마무리는 연출가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 또한 연극이 주는 종합적인 묘미다.
그 두 편을 관람한 관객들은 저마다 작품에 대해 평가를 내릴 것이겠지만 비평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고 짜증을 부리는 감정표현이 아니다. 어느 일부분만 가지고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그리고 덧붙여서 그 작품을 통하여 문화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까지 제시를 해주어야 진정한 평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줄 아는 안목도 작품을 쓰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다. 미 주류사회에 한 발짝 다가선 가능성에 박수를 보내는 것도 우리가 가져야 할 예의가 아닌가 생각한다.
권소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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