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간 날들의 추억을 회상하며, 내가 자주 꾸는 꿈속의 당신에게 이 편지를 띄웁니다. 못 마땅할 때 급하게 튀어 나오던 “너” 하는 나에게 “너”라고 하지 말라고 뽀루퉁 토라져 돌아서던 그 너에게, 먼저 가버린 서운함에 당신이 싫어하던 “너”라는 호칭으로...
내 젊음의 방황, 내 젊음의 초상, 내 젊음의 노래도 당신의 옆이었소. 지금도 혼자서 통곡하는 바람처럼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에 떨고 있다면 믿겠소?
외로운 저녁, 어둠이 내릴 무렵이면 당신의 체취가 잡힐 듯 말듯 나를 더 아프게 하오. 밤에 자주 깹니다. 밤에 홀로 눈 뜨고 깊은 어느 밤거리에서 어둠 속을 헤매다 당신에게로의 귀의에 위안하며, 이런 사념의 밤은 아직도 당신의 그림자가 유일한 나의 친구요.
그리 뒤척이다가도 아침이 올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왜 아직 어둠인가, 밤이 영원히 계속되면 아침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두려워하기도 하다가 아,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 하고 부질없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 것이 내 존재요.
너의 모습, 일상에 치이고 지치고 세월에 감추어지고 지금은 그리 먼저 떠났어도, 당신의 고왔던 시절의 모습은 내 가슴 깊은 곳에 아직 선명히 남아 있소. 내 생의 기억들은 모두 희미해져 가는데, 당신의 고운 모습의 기억은 점점 더 또렷해져 가는 것이 신기하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신과의 재회가 가까워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설레임과 두려움이 혼재한 빛과 그림자인 것 같소. 가물거리는 눈에 무지개 빛으로 반사되는 햇빛 내리는 유리창 가에 앉아 나와 너를 스쳐간 순간들을 조수가 밀려오고 가는 모래위에 쓴 글씨처럼 쓰고 지우곤 합니다.
이렇듯 당신의 기억이 내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해도, 우리는 이별하지 않았소. 당신이 이미 과거라 해도 나에겐 아름다움이요. 당신에 대해서 기억해 주고 아는 사람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다 해도 당신은 영원히 나에게 따스하고 감미로운 빛이요. 당신과의 추억이 내 영혼에 남아 있음에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요.
인생의 황혼에 서서 당신이 없는 잿빛 같은 하루하루에도 봄은 아지랑이 몰고 산들산들 찾아 왔습니다.
청춘이 빛나던 시절 나는 사랑을 희롱하였소. 사랑을 감추었소. 사랑을 받기만을 바랐소.
간절히 기도 합니다. 나에게 절망할 수 있게 하소서, 고통을 짊어지게 하소서, 슬픔의 나락으로 던져 주소서, 고뇌하게 하소서, 그래서 주의 품 한 귀퉁이에 남아 있을 수 있어 아내의 영혼에 다가갈 수 있게 허락 하소서, 기꺼이 죽어 가겠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쌓아두고 마음껏 하지 못했던 말, 목메어 소리쳐 외쳐봅니다. 너를 사랑했다고, 사랑했다, 사랑한다. 그리고 또 사랑한다.
안국두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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