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홍의 ‘나 자신의 노래’-
4월 11일 워싱턴문인회의 주관으로 출판기념회를 가졌던 최연홍의 자전적 회고록(Song of My Life: A Korean-American Life)은 1968년에 유학생으로 시작한 최연홍 교수의 이민생활을 솔직하면서도 고민스럽게 표현해 주고 있다. 1970년대를 전후하여 이민 열풍을 타고 미주 땅을 밟은 이민 1세대의 꿈과 현실이 뒤엉킨 삶을 그대로 서술하고 있는 것같아 깊은 감명을 준다.
미국의 민족시인 월트 윗트만의 자서전적인 책(Song of Myself, 1855)”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 온 최연홍의 ‘나 자신의 노래’는 월트 윗트만이 그의 저서 서문에서 묘사한 대로 저자가 미국 이민생활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과 미주 한인과 한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발견했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42년 동안 미주 이민생활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발견한 자기 자신은 한마디로 “헤아릴 수 없는,” “신비스러운(Inscrutable)” 삶을 살았던 사람임을 최 교수는 서문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 본인을 포함해서 미국적인 꿈과 비전을 가슴에 품고 태평양을 건넜던 미주한인 1세대의 삶은 “헤아릴 수 없는,” “신비스로운” 생활이었다. 아니 어쩌면 ‘요지경’의 경지에까지 이른 삶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연홍 교수의 요지경 미주한인의 삶은 1968년 70달러를 꼬기꼬기 포켓에 갖고 시애틀 공항에 첫 발을 디딤으로서 시작한다. 그의 요지경 삶은 거의 반세기 이르는 오랜 세월이었지만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첫째 부분은 미국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소위 미 주류사회에로 진출하는 삶이다. 인디아나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 대학 교수와 연방정부 고위공무원의 지위를 하나씩 하나씩 얻어 가면서 주류사회에서의 포부를 펼쳐 나아갔다. 그러나 최 교수는 주류 사회로의 진출에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한계가 있음을 토로하고 있다.
둘째 부분은 미주 한인으로서 미국에서의 한국과 연결된 삶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강압적인 박정희 정권에 대항하는 미주 내에서의 반 박정희 정부 민주화 운동에 직접 및 간접으로 관여하였고, 문학적으로는 한국의 시를 미국 주류 시문학 세계에 알리는 일에 힘을 써 왔다.
최연홍 교수의 마지막 부분은 어찌 보면 철학적인 사색을 유발시키는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최 교수는 1996년에 한국에 역이민하여 한국에 홀로 계신 어머님을 봉양했다.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부모를 동거하면서 직접 봉양해야 한다고 하는 ‘동양적 가치’(Asia Value)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나 할까?
최 교수 자신의 아들, 딸을 위시해서 대부분의 젊은 세대가 서양의 세류를 따라 부모를 직접 모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모를 봉양하는 현 세대에서는 시민권포기, 노모 동거봉양이라는 동양적 가치의 준수라고 하는 것이 요지경 같은 그의 생활을 말해 준다. 그는 ‘나 자신의 노래’ 서문 마지막 부분에 “한국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요지경 같다. 우리는 동양과 서양간의 간격을 연결하는 가교를 놓을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하여야 한다”라고 그의 삶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최연홍 교수의 ‘나 자신의 노래’는 그와 같은 시간관 공간을 살아 온 이민 1세대뿐만 아니라 이민 1.5세대, 2세대, 3세대에게도 요지경 같은 미주 한인의 삶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일독을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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