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한번 왔는갑다 활딱 벗고 뛰쳐나온 저년들 봐, 저년들 봐. 민가에 살림 차린 개나리 왕벚꽃은 사람 닮아 왁자한데,
노루귀 섬노루귀 어미 곁에 새끼노루귀, 얼레지 흰얼레지 깽깽이풀에 복수초, 할미꽃 노랑할미꽃 가는귀 먹은 가는잎할미꽃, 우리 그이는 솔붓꽃 내 각시는 각시붓꽃, 물렀거라 왜미나리아재비 살짝 들린 처녀치마, 하늘에도 땅채송화 구수하니 각시둥굴레, 생쥐 잡아 괭이눈 도망쳐라 털괭이눈, 싫어도 동의나물 낯두꺼운 윤판나물, 허허실실 미치광이 달큰해도 좀씀바귀, 모두 모아 모데미풀 한계령에 한계령풀, 기운 내게 물솜봉망이 삼태기에 삼지구엽초, 바람둥이 변산바람꽃 은밀하니 조개나물, 봉긋한 들꽃 산꽃 두팔 가린 저 젖망울
간지러, 봄바람 간지러 홀아비꽃대 남실댄다.
홍성란(1958 - )
제목부터 타령조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네 걸음으로 흥을 돋운다. 순수한 우리말은 그냥 그 자체로 모두 시라고 한다. 우리말로 된 들꽃 이름들이 정겹고 소박하다. 너무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유식한 척 하지 않는다. 고상한 척 하지 않는다. 선조들의 시심이 가득 담긴 우리 시, 사설시조의 맛이다. 흥이다. 얼쑤! 봄이로구나!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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