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혀 꽈당 넘어지거나
멍청이처럼 네다바이 당해도
아닌 밤중에 붕알을 채이거나
억울하게 물벼락을 맞아도
웃으면 복이 온다는 허약한 희망 하나로
비실비실 웃으며 배고픈 저녁이 깊어만 갔다.
기다릴 것 없어 심심한 밤마다
반신반의 유랑하는 복을 기다리며
길 잊지 말고 잘 찾아오라는 듯
억지로 과장하여, 허허 웃음 날리며
쓰디쓴 알약 같은 날들 헤아렸다.
기다림이 깊어 병이 될 때까지
매일 밤 웃고 웃어도
와야만 할 복은 기별조차 없는데
흑백으로 단순명쾌한 세상은
빚 독촉하듯 서두르며 출렁출렁 흘러만 갔다.
양병호(1960 - )
화자는 옛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웃고 또 울었을 것 같다. 구봉서와 배삼룡은 단순히 흘러간 코미디언만은 아니다. 흑백텔레비전으로 ‘웃으면 복이 와요’를 보면서 채이고 넘어지고 배고팠던 시간들을 출렁출렁 흘려보내게 해준 고마운 이들이다. 권선징악의 옛날이야기처럼, 웃으면 복을 받는다는 단순명쾌한 논리를 가졌던 그 시절, 순박한 그 사람들이 그립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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