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실 미술’ 강연차 LA 온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
“라크마 한국관을 둘러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컬렉션이 너무나 훌륭하고, 전시장 로케이션과 내부 디자인이 아주 좋아서 말이죠. 현재 나와 있는 전시품만 보아도 대단히 수준 높고 질 좋은 것들이에요. 한국미술에 정통한 큐레이터(김현정씨를 말함)가 전시를 꾸미고 있어서 전체적인 조화와 분위기가 아주 우수합니다” 지난 15일 LA카운티미술관에서 ‘조선왕실의 문화와 예술’을 강의한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는 라크마의 한국미술 소장품이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놀라움을 표하고 “LA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교민들은 자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고궁박물관 홍보전시과 과장인 김연수 학예사는 이 분야에서만 25년 일해온 한국 왕궁미술 전문가로, 이번 LA 방문은 지난 2월부터 5월16일까지 라크마 한국관에 전시됐던 ‘일월오봉도’와 그 후속으로 오는 21일부터 새로 선보이는 ‘십장생도’에 관해 소개하기 위한 것이다. 이 유물들을 대여해준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과 관련된 유물들, 여러 궁과 종묘의 소장품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며 전시하는 기관으로,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이 그 전신이다.
이날 강의에서 김연수 학예사는 조선시대(1392~1910)의 역사와 27대까지 지속된 왕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현존하는 다양한 그림과 기록, 사진, 지도의 이미지를 영상을 통해 보여주며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의 의미를 소개했다. 태조가 세운 경복궁, 태종 때 지어진 창덕궁, 성종이 세운 창경궁, 고종 시대에 건립된 덕수궁, 그리고 광화문과 종묘 등 건축물의 내외부를 살펴보고 그 안을 장식한 그림과 병풍을 보여주며 그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를 설명했다.
김 학예사에 따르면 조선시대 궁궐의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상징물이었다. 즉 ‘일월오봉도’는 왕이 앉는 옥좌 바로 뒤에 놓임으로써 왕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그림으로서 왕이 자리하는 곳은 어디에나, 왕의 초상이 놓이는 곳에도 일월오봉도가 걸렸고, 왕이 행차하는 외부행사에도 들고 나가 옥좌 뒤에 해와 달, 다섯 봉우리가 그려진 병풍을 쳤다. 오봉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하는 것으로 왕이 우주의 중심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그림이다.
한편 십장생도는 왕실 가족의 무병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다분히 개인적 차원의 그림이었다. 해, 구름, 산,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영지버섯, 복숭아를 그려 신선의 세계를 표현한 이 그림은 왕가의 혼례나 회갑연, 혹은 병세 호전 축하잔치 등 다양한 행사 때 사용됐고 병풍뿐 아니라 사면 장지문에도 그려졌다.
김 학예사는 “일월오봉도와 십장생도가 그려진 궁중 병풍은 국내외의 전시 대여품으로 가장 인기 있는 유물”이라고 소개하고 “병풍은 어디에 놓여지는가의 공간적인 관계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강의는 그 세부적인 부분까지 아우르는 내용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 국립고궁박물관은 앞으로도 소장품의 해외 대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히고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일에는 전통문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현대 테크놀러지와 한류를 통한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뿌리와 존재감이 더 단단해지는 것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라고 강조했다.
<정숙희 기자>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 홍보전시과 과장. “라크마 한국관은 미주한인들의 방문과 관심이 높아질 때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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