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 군대는 100명 군사를 한 단위로 편성해 1졸(卒)이라 불렀다.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병졸(兵卒)들을 보고 졸(卒)에 ‘죽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했고 그로부터 ‘끝났다’라는 뜻도 추가되었다.
어원적으로 졸업(卒業)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0명이 모여서 하는 작업’ 그리고 ‘작업이 끝났다’가 그것이다. 그 둘을 합하면 졸업은 ‘무리가 하는 작업의 종말’이라는 뜻이 된다. 따라서, 졸업의 진정한 뜻은 무리가 하는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다.
병졸들이 다같이 하는 일은 명령 복종과 일률적인 단체 행동이다. 대학 졸업생도 병졸과 다를 바 없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 하면 학점을 올리나, 돈벌이 잘되는 전공은 무엇인가, 어디에 취직할까”라는 똑같은 생각, 행동을 하는 레밍이 된다. 무리에서 벗어나는 졸업은 했으나, 강의시간에 들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나, 무엇을 이룰 수 있나, 무엇을 희망할 수 있나”와 같은 칸트의 질문은 망각한 채 대학 문 밖에서 기다리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속수무책이 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위기를 맞은 올해는 명문대 간판도 무기력한 실정이다. 하버드 졸업장을 쥐고도 10명중 7명이 직장을 얻지 못하고, 20~24세 전체 청년의 20%가 실업 상태다. 물론 개중에는 취업이 안되니 대학원이나 가야겠다는 도피형 실업자, 눈높이를 낮추지 못해 생기는 자발적 실업자도 있다. 또한 재력 있는 남편감 사냥이 취업보다 낫다는 신념으로, 수 천 만원씩 투자해 외모를 그럴싸하게 꾸며 멋들어진 졸업사진을 찍고, 부유한 집안 자제처럼 보이려 졸업앨범에 강남의 허위주소를 기록하는 기상천외한 편법을 쓰는 한국의 여학생도 있다.
취직이 안 된다고 대학원에 진학한 들 열정이 없다면 나중에 직장 얻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뚜렷한 열정과 목표 없이 그저 학업만 계속하려는 학생은 자신의 열정을 좇아 남다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눈 여겨 봐야 한다. 텍사스 주립대 기숙사에서 중고 컴퓨터를 구입, 수리ㆍ판매를 시작한 마이클 델에게 그의 룸메이트는 “부품이 쌓여 어지러워서 공부하는데 방해된다. 나가라”고 부탁했다. 그 요청에 델은 1학년 말에 학교를 떠났다. 후에 델 컴퓨터를 창업한 후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강의실에서 배운 것은 교수가 가르치는 대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틀에 박힌 생각에 사로잡힌 교수와 학생이 너무 많다. 중국식당에서 시간당 2달러씩 받고 접시를 닦으며, 문 앞에까지 손님을 배웅하는 식당주인에게서 배운 것이 더 많다. 무엇을 하든 열정을 가지고 해라.”
눈높이로 인한 자발적 실업자는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휴렛 패커드의 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는 스탠포드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조그마한 투자회사의 비서로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고, 그리고 혼신을 다하라”가 그녀의 성공비결이다. 또한 캐피털 은행 그룹의 총수 그랜트 야버는 “첫 일자리가 아무리 초라해도 열심을 다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조언한다.
대학은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군생(群生)하는 곳이다. 대학은 학위를 수여함으로 자부심을 심어주지만, 사회에서는 창의성과 끈기를 가진 열정적인 인물이 남다른 성취를 이룬다. 열정에 사로잡힐 것인지, 학위와 대학이름에 사로잡힐 것인지의 선택은 졸업생 자신에게 달렸다. 대학 문을 나서면서 아직도 망설여진다면 15세에 집을 떠나 자수성가한 혼다 자동차의 설립자 소시치에게 귀를 기울여라. “대학 학위는 극장표보다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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