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고전하는 뉴스 미디어들이 경비 절감을 위해 돈 들어가는 취재를 줄이는 것이 한 추세가 되었다. 그런 추세로 인해 최근에는 미국 대통령 수행 취재까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기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던 것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소수의 기자들만 동행함으로써 보도내용이 그만큼 제한적이 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 보통 전세기 대절해 동행
언론사들 경영압박 심해지자 전세기 뜸해져
소수만 동행하니 “보도 너무 제한적”우려도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통령이 움직이면 기자단의 전세기가 동행하는 것은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기자단 전세기가 급격히 뜸해졌다. 적자를 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언론사들의 비용 삭감 고육지책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과 보좌관들의 출장에 동반하는 기자들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미국인들이 백악관의 정책과 인물들에 대단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시기에 뉴스가 제한되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돈”이라고 에드윈 첸은 말한다. 블룸버그 뉴스 백악관 출입기자인 그는 백악관 출입 기자단 회장이기도 한다. 언론사들의 경비절감이 위험수준이라고 그는 말한다.
USA 투데이부터 ABC 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뉴스매체의 예산 삭감이 전통적으로 보도 우선순위 1위인 백악관 보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지역신문들이 대거 백악관 담당 기자들을 없애난 지 수년이 지나 다시 긴축정책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대형 언론매체들도 지금은 재정적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여기는 어떻게 자를까, 저기는 어떻게 자를까 궁리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CBS 뉴스의 워싱턴 지국장 크리스토퍼 이샴은 말한다.
이번주 오바마 대통령이 기금 모금행사와 태양열 패널회사 방문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기자단 전세기는 없었다.
이런 모든 경비절감책들에 대해 기자단 내부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에 관한 보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점점 제한된 보도 매체로부터 뉴스가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여전히 대통령에 관한 뉴스를 보고 듣기는 하겠지만 내용이 빈약해진다.
“얼마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라고 CNN의 워싱턴 지국장이자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프랭크 세스노는 말한다.
이샴 CBS 워싱턴 지국장 등 언론사 간부들은 백악관 보도를 줄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비를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NBC 뉴스의 마크 위테이커 워싱턴 지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항상 그래왔듯이 대통령 관련 보도는 여전히 철저하고 책임감 있게 하고 있지요. 단지 논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최선의 방법을 찾을 뿐입니다”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의 여행을 동행 취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800만달러 정도였다. “가격이 이만저만 비싼 게 아니다”고 데이빗 웨스틴 ABC 뉴스 회장은 말한다. 기자단 전세기의 1인당 가격은 국내선일 경우 2,000달러까지 가고 해외여행인 경우는 수만달러에 이른다. 지난봄 기자들 25%를 감원한 ABC는 보도국을 재편하면서 경비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기자단 전세기를 대절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언론사들이 투표로 정한다. 하지만 과반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언론사들이 전세기를 대절 안 하기로 결정하면 기자들은 각자 출장준비를 해야 한다.
기자단 전세기 대절에 인색해지기 시작한 것은 부시 행정부 말기 부터였고 오바마 대통령 재임 16개월 동안 심각해졌다. 특히 지난 3개월간 심해졌다고 언론사 간부들은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프라하에 갔을 때 핵무기 감축협의라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단 전세기는 동행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 되면 대통령 관련 취재 기자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풀 기자 12명이 고작이다. 그들이 남은 기자단을 위해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남은 기자들은 일반 비행기 티켓을 사서 대통령 행사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혼자 여행을 해야 한다. 몇몇 기자들은 워싱턴에 그냥 남아서 해당 지역 지사의 기자를 대신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자들로 보면 전세기가 없어지면서 취재 한번 하는 데 드는 불편과 시간 낭비가 엄청나다. CBS 래디오에서 백악관 담당기자로 오래 일해온 마크 놀러는 지난달 오바마의 케네디 우주센터 2시간 방문 취재를 위해 3일을 썼다. 일반 비행기를 타고 하루 일찍 플로리다로 날아가서 오바마의 연설이 끝난 후 다음날 아침에 돌아왔다. 덕분에 CBS는 돈을 많이 절약했다. 전세기로 플로리다에 갔다면 비행기 탑승료가 2,400달러나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여행은 각 언론사의 워싱턴 지국 대차대조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오바마 행정부가 의료개혁 논쟁의 와중에 인도네시아 호주 순방을 취소하자 뉴스 매체들은 전세기 해약 벌금으로 일인당 7,500달러를 물어야 했다.
대통령이 한 말들은 널리 보도가 되기 마련인데 굳이 동행 취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동행하지 않고 보도하면 내용에 감칠맛이 없어지고 맥락을 잃게 된다고 세스노는 말한다.
재정난으로 기자들이 동행하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백악관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행하는 기자들이 줄어들면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보도할 통찰력과 직접 지식을 가진 기자들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일 경우 전세기에는 보통 30-40명이 탑승한다.
전세기에 관해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첸 회장은 악화일로라고 말한다. 동행하는 뉴스매체들이 줄어들수록 부담해야할 가격은 올라가고,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매체들이 포기를 하게 되는 구도이다.
한편 일부 언론 매체 간부들은 과거에 너무 쉽게 전세기를 대절하곤 했었다는 지적을 한다. 당연한 듯 대절하던 전세기를 이제는 케이스에 따라 대절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여러 지역을 순방할 경우에는 기자가 상업용 비행기를 타고 따라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비지출에 일반 상식을 좀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CNN 워싱턴 지국의 데이빗 보먼 지국장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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