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주 전 보스턴 대학에선 40년 지각 졸업식이 열렸다. 금년 정규 졸업생들과 함께 60대에 들어 선 ‘Class of 1970’(1970년 졸업반)도 붉은 가운과 학사모를 쓰고 단 위에 올라 자신들의 졸업장을 받아들었다. 40년 전의 반전 포스터를 목에 두르고 졸업식장으로 입장한 ‘남학생’, 그 옛날 히피처럼 머리에 화관을 두른 ‘여학생’, 머리칼은 희끗해졌으나 잊지 않은 피스 사인으로 결속을 다지고 주먹을 흔드는 넥타이 정장의 노신사… 대학시절은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중단 당했으나 자신들 시대의 스피릿은 이날만큼은 40년 전 못지않은 활기로 빛났다.
반전소요로 취소된 1970년의 보스턴대 졸업식 금년에 열려
시위하던 20대 청춘이 잿빛 머리 60대 되어 캠퍼스에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노래 부르며 타임머신 추억 여행도
그해 봄은 4년 학업의 노력이 주위의 축복 속에서 찬란하게 열매 맺는 시기였어야 했다. 그러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캄보디아를 침공했다. 켄트주립대에 진입한 국가 방위군은 반전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 2명은 강의실로 향하던 학생들이었다. 젊은이들에겐 징집영장이 나왔다. 전국의 많은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보스턴 대학 캠퍼스도 소요에 휩싸였다. 연일 스트라이크와 농성, 빌딩장악과 화염병 투척이 그치지 않았다.
상황이 걷잡기 힘들어지자 안전을 우려한 대학당국은 학년말 시험과 졸업식을 취소하고 학생들을 전원 귀향시켰다.
대학당국은 올해 그 40주년을 맞아 당시에 잃어버린 졸업식을 되찾아주기로 한 것이다. 단순한 의식을 넘어 대학은 ‘학생들’ - 이제 60대 초반으로 대부분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에게 그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들의 보스턴 대학 시절 의미를 되돌아보며 모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원했다.
“사과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로버트 브라운 학장은 말한다. “당시 시험을 취소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으니까요. 이번 졸업식이 1970년 졸업생들과 모교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기회가 되기 바랍니다”
70년 졸업생 3,000명 중 참석한 사람은 300명 남짓이었다.
당시의 졸업식 취소는 정말 ‘큰 실망’이었다고 70년 간호학과 졸업반 3명 흑인학생 중 하나였던 마샤 웰스 애버리 박사는 회상한다. “나 자신보다도 부모님과 조부모님에게 충격이었지요. 지금은 대부분 돌아가신 그분들에겐 단 위에 당당하게 선 딸과 손녀를 볼 기회를 빼앗겼던 겁니다”
“그후 아버지는 보스턴 대학엔 한 푼도 보태지 않겠다고 맹세하셨다”고 현재 루이지애나 노스웨스턴 주립대 간호학과 교수인 애버리 박사는 말한다. 말은 그래도 보스턴대 각종 기념품을 사며 즐거워하는 애버리 박사는 앞으로 모교를 위해 도네이션을 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는다.
대학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의 졸업식에선 기금모금에 관한 언급은 피했으나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들 70년 졸업생들과의 유대강화가 모금에 도움이 될 것임은 인정했다.
이들이 모교에 온 것은 졸업식 하루 전인 지난 토요일이었다. 서로의 서먹함을 깬 소셜 이벤트는 졸업반 중 한명인 피터 사이먼의 사진전이었다. 전국을 순회하며 전시회와 강의를 하는 사이먼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들은 지루하다며 폭풍 속을 지나온 우리 세대가 부럽다고도 한다. 내가 ‘너희에겐 텍스팅, 셀폰이 있잖아’라고 했더니 진지한 표정의 그들은 우리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것들은 포기할 수 있다고 대답하더라. 난 ‘그래, 그 말이 맞다’라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체제에 반항하며 울분했던 여대생에서 “어떻게 내가 이제는 전형적인 교외지역 주부가 되었을까?”라고 되묻는 한 여성처럼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 베이비부머들의 리유니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그들의 세대를 상징하는 음악이다.
이들 졸업생이 조용히 들어찬 캠퍼스 내 마시 채플엔 이들 시대의 대표곡인 제임스 테일러의 ‘파이어 앤드 레인’ 비틀즈의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가 연주되고 이들은 비틀즈의 ‘렛 잇 비’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를 함께 불렀다.
강단에선 당시 대학 가톨릭 사제였던 제임스 캐롤 신부가 40년 전의 켄트주립대 희생학생 추모회를 회상했다. “당시 충격의 진짜 의미는 수많은 베트남인들을 죽인 우리 정부가 이젠 우리들을 죽이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회상의 시간이 지나가자 졸업식 주변은 곧 흥분과 환희로 술렁거렸다. 잿빛 머리는 학사모로 가리고 삶의 무게는 가운으로 뒤덮은 300명의 졸업생들은 새빨간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단 위로 올라가 한명씩 ‘졸업장’을 받아들었다.(물론 진짜 졸업장은 당시 우송받았다)
2만5,000명의 졸업생과 부모, 친지들이 가득 찬 졸업식장에선 여러명 연사들이 이들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장발의 젊은 시절 이들의 시위모습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기도 했다. 이날의 메인 스피커는 에릭 홀더 연방 법무장관. 40년 전 자신들이 필사적으로 대항했던 ‘정부’의 장관으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어린 후배들로부터 우렁찬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이들은 말했다.
“긴 세월 미완의 과제가 이제야 완성된 듯합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지난 16일 40년 지각 졸업식에 참석한 보스턴대 1970년 졸업생들. 이들의 졸업식은 당시 반전시위로 캠퍼스 소요가 심화되면서 취소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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