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와 호흡을 같이 해 온 미주한국일보가 오늘로 창간 41년을 맞았다. 지난 41년의 세월동안 한인사회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한국일보는 이런 성장의 견인차로서, 또 기록자로서 숱한 영욕을 한인들과 함께 해 왔다.
그런 점에서 미주한국일보의 41주년은 한인사회의 나이테이기도 하다. 이 나이테 속에는 한국일보와 한인사회가 질풍노도 같은 격랑을 헤쳐 오면서 같이 흘렸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오늘 창간을 맞아 되돌아보는 지난 41년의 감회가 남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미주 한국일보가 창간호를 발행할 당시 LA 한인사회는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남가주 한인인구는 1만명에 불과했으며 한인 단체와 교회도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인인구가 수십만을 넘어서고 경제력 또한 폭발적으로 커진 지금과 비교해 보면 금석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눈부신 성장은 물론 한인들 특유의 부지런함과 개척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가운데서 한국일보는 한인사회에 정보 제공자로서 뿐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일보는 이런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한인사회가 단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파고와 장벽이 만만치 않다. 경기회복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는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며 냉정함과 진중함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너무 위축될 이유는 없다. 눈앞에 다가온 월드컵은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월드컵 신바람은 삶의 활력이 돼 한인사회 전반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 넣고 있다. 또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이민자인 우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에너지를 성장의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성장, 지속적인 성장은 정신적인 가치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1세기의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상생과 화합이 그것이다. 이런 정신은 노사관계를 비롯해 경제, 사회, 가정, 종교 등 한인사회 모든 분야에 더욱 더 확산돼야 한다. 정신적 가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성장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수한 역사와 개인사가 이것을 증언해 주고 있다.
인터넷시대가 도래하면서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미디어들은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로 변질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오히려 정통언론을 추구하는 신문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신문의 영향력이 크다. IT산업과 사회적 규범이 가장 발달한 북구에서 신문 구독률이 가장 높은 것이 바로 이것을 말해준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신문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인터넷시대에 비판정신이 번득이는 정통언론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믿음을 갖고 신문제작에 임하고 있다.
최근 21세기적인 가치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있는 현상은 치우침과 쏠림이다. 이런 현상은 개인들의 의식과 언론들의 보도태도를 지배하고 있다. 치우침과 쏠림의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양극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의식의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를 저해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의 제작 방식은 디지털화 되어도 신문 정신은 아날로그 시대의 그것과 달라질 수 없다. “연필을 뾰족하게 날카롭게 깎아서 기사를 쓰자. 붓끝에서 신경이 약동해야 한다.” 지난 41년 동안 미주한국일보가 한시도 잊지 않고 지키려 노력해 온 것은 이처럼 추상같은 비판정신이었다.
미주 최초의 정론지인 한국일보는 어떤 경우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한 보도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지난 41년 동안 독자들이 보내 준 한결같은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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