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ㆍ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 신화를 쓸 때 서귀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 골키퍼가 있었다. 그는 이운재(37.수원)가 세계적 강호들을 상대로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면...’ 하는 꿈을 꿨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0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그리스와 첫 경기에서 골문을 굳게 지키며 2-0 승리에 힘을 보탠 정성룡(25.성남)의 이야기다.
정성룡은 12일 저녁(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대선배 이운재를 제치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에서 첫 경기라는 부담이 큰 한판이었지만 정성룡은 주눅들지 않고 몇 차례 `슈퍼세이브’까지 선보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정성룡은 이날 추가골을 넣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함께 도핑테스트 대상자로 뽑혀 공동취재구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과 만나지 못했다.
정성룡이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뛴 소감 등은 결국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로 돌아와 올림피아파크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한 13일 밤에야 들을 수 있었다.
정성룡은 경기를 치르고 나서 같은 조의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의 경기까지 계속해서 보느라 잠을 잘 못 잤다고 했다.
경기 후 친지들에게서 `다친 데는 없나?’,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는 등의 격려 전화도 받았다.
정성룡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처음 올랐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경험이 도움된 것 같다. 이운재 형과 김영광(울산) 형을 대신해서 나온 것이었기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정성룡은 경기 후 이운재에게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격려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골키퍼는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자리다. 첫 경기를 뛴 이상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2, 3차전에서도 정성룡이 골문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우승후보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치른다.
정성룡은 "이제 지난 경기는 잊고 잘 분석하고 준비하겠다"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는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카를로스 테베스 등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인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우리가 수비 조직력은 좀 더 나은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 수비수들을 믿고 플레이 한다면 좋을 것 같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성룡은 "첫 경기가 우리에게는 중요했는데 승리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최소 1점 이상 확보하면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서 "우리는 16강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늘을 찌를 듯한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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