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다.
‘6.15 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행사’에 통일주무부서인 통일부가 참석하네마네 해서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14일 오전엔 장관과 차관이 다른 일정으로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가 여론이 안좋아지자 오후에 태도를 바꿔 차관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유도 옹색하다. 속초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한 행사에 참석해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10년전 온 한민족이 열광하고 환영했던 그 6.15정상회담과 공동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듯하다.
10년전. 2000년 6월15일 한반도엔 평화와 통일의 희망이 온누리에 솟았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55년 적대 종식과 화해•협력의 새 시대 개막을 전세계에 선포했다.
평양에선 100만 시민들의 환영이 물결쳤고, 남쪽 국민의 95%가 제1차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에 지지를 보냈다. 그로부터 10년. 남북관계는 역류하고 있고, 6•15 선언은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6•15 선언이 두드린 희망의 메시지는 각별한 울림을 안긴다.
6•15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운명의 전환점이었다. 냉전과 반목, 불신을 넘어 남과 북이 스스로의 힘으로 교류와 협력, 상호 신뢰와 존중을 통한 통일의 대원칙에 합의했다.
남북 정상은 분단 사상 처음으로 직접 이 선언문에 서명함으로써 정상 차원의 합의 이행 의지를 안팎에 천명했다. 2박3일의 화기애애하면서도 치열했던 토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정상 간의 만남과 신뢰쌓기가 어떤 역사적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6•15 선언은 극적으로 보여줬다.
6•15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이산가족의 활발한 교류가 가장 큰 혜택을 보았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도 6•15 선언 이후 우여곡절 속에서도 성장 토대를 쌓았다. 99년 14만8000여명이던 관광객은 2007년 34만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또 하나의 접경지 경협 사업인 개성공단도 6•15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준비를 거쳐 가동에 들어갔다. 2005년 7600여명으로 출발했던 개성공단 북쪽 노동자는 2010년엔 4만3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거듭된 악화 가운데서도 마지막 버팀목으로서의 생존력을 과시하고 있다.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도 새롭게 뚫렸다. 개성공단을 지나 평양으로 통하는 경의선과 금강산으로 가는 동해선이 열렸다.
6•15 선언은 또한 남북 사이 군사적 긴장완화의 출발점이었다. 2000년 9월 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시작으로 교류•협력을 군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군 당국간 회담이 이어졌다. 1차 정상회담 때 설치에 합의했던 이 직통선을 통해 남과 북은 정상 차원의 의사 소통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09년 11월까지 남과 북 사이 서해상의 무력충돌은 다시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6•15 선언은 ‘전쟁 아닌 평화’ ‘분단 아닌 통일’을 외세 영향을 벗어나 남과 북이 스스로 꿈꾸고 실현에 노력하게 만든 ‘담대한 희망’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대북정책이 분기점을 맞았다.
그 분기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2008년 8월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이때부터 이명박 정부는 북한 체제가 단시일 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기대’에 함몰되기 시작했다.
접촉과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포기하는 대신,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대북 압박을 강화한 건 이명박 정부의 기조로 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난해 8월2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8월18일)를 계기로 북쪽의 특사조의방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해 한때 남북관계가 풀릴 듯한 기미도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북 압박 정책으로 북한이 굴복했다는 인식 아래 기존의 대북 강경책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대북 인식은 천안함사건에 집약돼 있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천안함 관련 정부의 대북 대응책엔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현금과 접촉을 차단해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국경제의 ‘북한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한 세미나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정치•경제적 불안정, 굴복과 급변사태를 기다리겠다는 잘못된 정책으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라며 “역사적 전환의 기회를 인식하지 못하고 역사적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의 나침반이 불확성을 향해 흔들리는 지금, 역사적 이정표로서 6•15 선언의 존재 이유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