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저한 실력차 절감, 아르헨에 1-4패
▶ 한마음으로 열렬히 응원한 한인들 허탈
붉은 전사들이 불굴의 투혼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끝내 승리의 여신은 한국편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가 사상 첫 원정 16강 목표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남미최강 아르헨티나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레스토랑 ‘산’을 비롯해 각지의 교회, 크고 작은 업소 그리고 모든 가정에서 새벽잠을 설치면서 태극전사를 응원한 달라스 한인사회는 한국이 1-4로 결국 무릎을 꿇자 아쉬움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늘아침 6시 30분부터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박주영의 자책골에 이어 곤살로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4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3점차 이상차로 패한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한 이후 12년 만이다.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고 기분 좋게 출발했던 한국은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에 패함으로써 1승1패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1-3 패배를 안겼던 아르헨티나에 또 한 번 덜미를 잡혔다.
한국팀은 박주영을 원톱으로 세우고 염기훈과 이청용을 좌우로 배치하는 4-2-3-1 전형을 구사했다. 주장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해 박주영의 뒤를 받치는 한편 직접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노리게 했다.
역시 세계 최고의 공격수 메시가 경기를 조율하는 아르헨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했고 저돌적인 테베스도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현란한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로 한국 수비진을 뒤흔든 아르헨티나는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한국은 전반 15분경 오범석의 파울로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프리킥을 허용했고 메시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는 박주영의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굴절돼 통한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또한번의 추가골을 내준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기로 추가골을 만들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첫선을 보인 미드필더 이청용이었다.
이청용은 전반 추가 시간에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박주영이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자 문전으로 돌진하면서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로부터 공을 빼앗은 뒤 오른발 아웃사이드 슈팅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열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기성용을 빼고 김남일을 투입해 김정우와 더블 볼란테로 세워 수비를 강화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이과인과 메시가 헐거운 한국의 문전을 농락했다. 후반 31분 메시의 왼발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자 이과인이 달려들며 빈 골문에 차 넣었다. 스코어는 1-3, 승리의 여신은 점점 한국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이과인은 이어 4분 뒤 헤딩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대승에 일등공신이 됐고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한국은 후반 37분 박주영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해 막판 공세에 나섰지만 한 번 기세가 오른 아르헨티나의 벽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레스토랑 ‘산’에는 안영호 북텍사스 한인회장을 비롯, 300여 달라스 교민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에 참석한 거의 모든 한인들은 붉은 악마 T-셔츠를 입고 각종응원도구를 준비, 몇몇 열성팬들은 보디페인팅을 하는 등 지구촌 어느 곳보다 응원열기로 가득했다.
특히 하프타임, 젊은 댄서그룹이 예고없이 출현해 ‘대한민국 응원가’에 맞춰 현란한 춤솜씨를 자랑하며 이 자리에 모인 교민들에게 흥겨운 시간을 선사했다.
한국이 결국 1-4로 패하자 실내를 가득 메웠던 한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남은 나이리지아전 승리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서로를 위로했다.
<박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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