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삭감·은퇴연령 조정 등 통해 재정부담 줄이기에 부심
금년 들어 여러 주들이 더 이상 약속한 연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졌다고 시인하면서 납세자들을 다독이고 적자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때 신성불가침이었던 연금을 삭감하고 있다. 일리노이주는 은퇴연령을 전국에서 가장 높은 67세로 상향조정하고 연금액 상한선을 만들었다. 애리조나와 뉴욕, 미주리, 미시시피 등도 연금 수혜자격 연령을 높일 계획이다. 버지니아는 사상 처음으로 공무원들에게 연금에 돈을 불입토록 했으며 뉴저지는 일주일에 32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게는 연금 크레딧을 주지 않을 방침이다. 일리노이주 팻 퀸 주지사는 “우리는 현실을 부인하거나 행동을 늦출 여유가 없다”며 지난 3월 법제화된 연금 삭감으로 첫해에만 3억달러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점이 있다. 거의 모든 삭감조치가 아직 고용되지 않은 미래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획기적인 조치로 설명되지만 실제 삭감은 너무 천천히 이뤄져 취약한 연금제도를 구제하고 돈이 고갈되는 것을 막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현직 공무원은 대부분 대상서 제외
“실질적 삭감효과 미미” 비판 일어
콜로라도는 기존 은퇴자 혜택까지 삭감
주 의원들은 영향력 있는 유권자들인 노조와의 법적 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현직에 있는 공무원들의 연금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 주정부 페이롤에 올라 있는 수만명의 공무원들은 여전히 60세에(일부는 55세에) 은퇴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예외다. 콜로라도는 현직 공무원들의 연금뿐 아니라 이미 은퇴해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혜택까지 삭감했다. 은퇴자들은 이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기금 감소와 재정 악화에 직면한 다른 주들도 앞으로 콜로라도의 전례를 따라갈지 모른다. 대부분 주정부 관계자들이 현직 공무원들의 혜택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믿고는 있지만 콜로라도의 전례는 다른 주들도 공격적으로 나서도록 만들 가능성이 있다.
콜로라도는 연 3.5%의 연금 인상률을 2%로 낮췄다. 오는 2029년 이전에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는 연금을 되살리는 방법은 이것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삭감 폭은 적게 보일지 몰라도 즉각 시행되기 때문에 상당한 결과를 가져다준다.
일리노이의 경우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움에 빠져 있다. 주정부가 자랑하는 3억달러는 즉각적인 절약일까? 주정부는 앞으로 주정부에 고용돼 한참 후 미래에 연금을 받게 될 수혜자들에게 지급될 줄어든 액수의 연금수표를 현재의 크레딧으로 계산한 것이다. 즉 연금에 적은 돈을 넣게 되는 것을 절약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것은 물론 주정부 돈을 절약시켜 주지만 연금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실제로 절약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연금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지난 수년간 재정붕괴를 경고해 온 비즈니스 그룹인 ‘커머셜 클럽 오브 시카고’의 이든 마틴 회장은 “수년 내에 일부 연금의 기금이 바닥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위한 기금이 대폭 삭감되고 메디케이드 기금도 줄어들 것이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사람들의 분노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 연금펀드를 연구하는 노스웨스턴 대학 재정학 교수인 조슈아 라우는 지금 같은 속도로 기금이 지출될 경우 일리노이는 2018년까지 연금기금이 완전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뉴저지와 인디애나, 커네티컷 등 다른 주들도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10년 안에 기금이 바닥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연금이 바닥날 경우 주정부가 은퇴자 혜택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러나 주의 일반 기금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하는 일이다. 매년 주가 보유한 현금의 절반을 잡아먹음으로써 다른 주정부 서비스들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라우 교수는 덫에 걸린 주정부는 연방정부에 구제를 요청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가입자 부담금을 늘리고 세금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많은 주정부 관계자들은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면서 이런 전망은 너무 비관적이라고 지적하며 미래의 연금 삭감으로도 족하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연금 가입을 깨뜨릴 수 없는 계약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주 헌법의 규정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법률가들은 이런 법들이 잘못 해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근 ‘커머셜 클럽 오브 시카고’에 제출된 법률의견서는 “주정부에 단 하루 근무한 공무원들이 근무 첫날부터 20년에서 40년 후를 위해 계산된 연금혜택의 수혜자격을 갖는다고 가정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클럽은 연금의 붕괴가 시의 비즈니스 환경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클럽 멤버에는 보잉, 크래프트, 모토롤라, IBM 등 대기업 중역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회사들은 종업원들의 연금을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 삭감조치들은 저항에 직면해 있다. 최근 가장 시끄러웠던 것은 나이 든 근로자들이 급속히 늘어난 연금혜택을 받게 될 즈음에 연금 플랜을 바꾼 IBM 케이스이다. 이 케이스를 담당한 시카고 제7 항소법원의 프랭크 이스터브룩 수석판사는 “고용주는 근로자의 기존 혜택을 축소하지 않는 한 연금플랜을 바꿀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는 판결문에서 사기업과 주정부를 구분하지 않았다.
콜로라도 주는 필요할 경우 현직 주정부 공무원들의 연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판시한 1961년 주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변호에 나서고 있다. 콜로라도 주는 현직 뿐 아니라 이미 은퇴한 사람들에게도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주들은 이런 법적인 도구를 갖고 있지 못하다.
캘리포니아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공무원들을 대표하는 12개 노조와 협상했다. 지난 주 이 가운데 4개 노조가 가입자 부담금을 늘리는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해당 공무원들은 자신의 소득의 10%를 연금 펀드에 불입하게 됐다. 다른 주들도 이보다는 적지만 가입자 부담액을 높이고 있다.
뉴저지에서는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주지사의 주정부가 최근 미래 공무원들의 연금을 삭감하는 한편 현직 공무원들의 혜택까지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뉴저지 연금을 관할하고 있는 에드워드 톰슨은 “연금 혜택 산정방식은 돌에 새겨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경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저지 주의원인 디클랜 오스캔론은 지난 2001년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9%의연금 인상을 선사했던 조치를 축소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이 법안은 헌법적인 검토를 통과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전체 시스템의 붕괴가 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